군 의문사를 주제로 한 노래극 ‘너를 보내고’의 한 장면
군 의문사 노래극 ‘너를 보내고’ 취재 후기
죽음< 의문의 죽음< 군 의문사. 여러 죽음이 있다. 만약 죽음에 등급이 있다면 군 의문사는 가장 낮은 등급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억울하고 원통하지만, 가장 대우 받지 못하는 죽음이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병역의 의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평화가 아니라 전쟁(평화를 위한 전쟁이 있을까?)에 부역하는 일이다. 거기에 어떤 순결한 가치를 부여한다고 해도, 개인으로 보자면 한없이 억울한 죽음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군에서 죽은 아들, 그런데 왜 죽었는지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국가를 지키려고 갔으나 죽음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니 국가 유공자도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 그 아들을 땅에도 가슴에도 묻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 한 어머니는 아들에게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부여잡고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한겨레 시사다큐 <한큐>에서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폐지 논란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가 올해 12월말로 활동시한이 끝나는 군 의문사위를 통폐합하자고 주장했다. 참으로 뻔뻔한 우파의 자가당착이다. 나라를 위해 군을 유지해야 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주장하고, 서울시청에서 떼거리로 가스총을 차고 예비군복을 입고 설치는 사람들이 다 비슷비슷한 부류들이다. 그들에게 군 의문사는 무엇일까? 진상을 밝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드니 군의문사위는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 보다는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군의 부정과 비리, 폭력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닐까?
한국의 우파가 진정한 우파가 되고자 한다면 군의문사 진상규명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자신들의 가치로 내세울 수 있다. 군의문사는 이를테면 한국 우파의 노블레스 우블리제다.
[관련 영상] 한겨레 시사다큐 <한큐> 군의문사위편 /박수진 피디, 허재현 기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25166.html 후배들이 만든 <한큐>를 보면서 군 의문사에 대한 관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어머니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마침 그 어머니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을 묶은 책도 출간을 했고, 출판 기념식장에서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노래극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관련기사: <한겨레21> 살아 보내 죽어 맞이한 아들아/ 전진식 기자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3971.html 노래극 ‘너를 보내고’는 군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다. 극은 허구가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실제의 이야기다. 논픽션이다. 아직도 300여건이 넘는 군 의문사 사건이 해결이 되지 않았다. 분당의 군병원에는 30여구가 넘는 주검이 죽음의 이유가 밝혀지길 기대하며 차디찬 냉동고에 얼어 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촬영가는 후배의 보조로 따라 나섰다. 그러다 덜컥 메인 카메라까지 잡아버렸다. 공연이 펼쳐진 1시간13분 내내 나는 극이 유도하는 감정선을 오르내렸다. 어머니의 마음, 그것도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절절한 심정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똑같은 심경을 겪은 군의문사 유가족들은 공연 내내 흐느끼거나 대성통곡을 했다. 연기하는 배우도 굵은 눈물을 흘렸고, 합창단원들도 눈가를 손수건으로 자주 훔쳤다. 카메라를 잡은 나의 손도 떨렸다. 가끔 눈물을 삼켰다. 무대 위도 무대 밖도 모두 눈물바다인 공연, ‘모정’은 그렇게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가졌다.
그런데 정작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잘 모른다. 초등학교 2학년때 너무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철모르던 시절, 어머니에게 정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그 뒤로 엄마, 어머니라는 이름은 나에게 오히려 불편한 이름이었다. 수없이 많이 우리 집을 들락거렸던 ‘새엄마’들.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동네에서 6남매를 키우려면 어쩔 수 없었던 아버지의 선택은 ‘엄마’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나 때문에 번번이 곤란을 겪었다. 그 새엄마들은 지금 다 어디에 계시는지? 지금 생각하면 죄송스럽기 짝이 없는 사춘기 시절 나의 반항이었다.
1시간13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 일은 밤을 새는 ‘생노가다’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왜 이렇게 슬플까? 이 슬픔의 정체는 뭘까? 한 장면도 버릴 수가 없었다. 암전이 된 1초마저도 앵글이 흔들린 장면마저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통편집’을 했다. 단 한명이라도 영상을 보고 어머니를 가슴 속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도 만족한다. 내 나이 서른일곱. 살면서 어머니 때문에 울어본 건 돌아가신 이후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어쩌면 27년간 맺혔던 응어리가 내 무의식속에서 탈출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난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이름 어머니….
자식을 먼저 보내고 실컷 울고 간 어머니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었으면 좋겠다. 힘을 냈으면 좋겠다. 여전히 그 어머니들이 할 일이 태산같이 남아 있는 ‘대한민국’이다.
[영상] 군 의문사 어머니를 위한 노래극 ‘너를 보내고’/ 1시간13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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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한겨레 시사다큐 <한큐> 군의문사위편 /박수진 피디, 허재현 기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25166.html 후배들이 만든 <한큐>를 보면서 군 의문사에 대한 관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어머니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마침 그 어머니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을 묶은 책도 출간을 했고, 출판 기념식장에서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노래극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관련기사: <한겨레21> 살아 보내 죽어 맞이한 아들아/ 전진식 기자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3971.html 노래극 ‘너를 보내고’는 군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다. 극은 허구가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실제의 이야기다. 논픽션이다. 아직도 300여건이 넘는 군 의문사 사건이 해결이 되지 않았다. 분당의 군병원에는 30여구가 넘는 주검이 죽음의 이유가 밝혀지길 기대하며 차디찬 냉동고에 얼어 있다.
군 의문사를 주제로 한 노래극 ‘너를 보내고’ <평화의나무 합창단>
노래극 ‘너를 보내고’. 공연중 군 의문사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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