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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소리꾼 임진택 “창작 판소리 열두바탕 만드오”

등록 2008-12-23 18:08수정 2008-12-23 19:26

임진택(58)
임진택(58)
세종대왕·전봉준·송흥록 등
역사적 인물 12명 삶 조명
1970~90년대 <소리내력>과 <똥바다>, <오월광주>, <오적> 등 군사독재 정권을 꼬집는 창작 판소리로 시대를 조롱했던 ‘민중광대’ 임진택(58)씨. 그가 우리 역사인물 12명의 삶과 시대상황을 얽어 새로운 판소리 열두 바탕을 만든다.

“나는 광대…판소리에 인생 걸어
재정 힘들면 혼자라도 해나갈것”

“판소리는 유네스코에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문화자산입니다. 또 우리의 말과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한류 상품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판소리가 옛 유산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 다시 살려내고 싶어요.”

그는 “젊을 적에 문화운동, 사회운동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그동안 남긴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괴감이 컸다”며 “결국 내가 가야 할 곳은 광대의 길이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걸 만한 일은 판소리였다”고 제작 동기를 털어놓았다.

박동실(1897~1968)과 박동진(1916~2003)에 이어 창작 판소리의 3대 갈래를 이끌고 있는 소리꾼인 그가 구상하는 판소리 열두 작품은 세 분야로 집약된다.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전봉준, 김구 등 ‘역사인물 다섯 바탕’과 허준, 홍길동, 김삿갓, 대장금 등 한국문학과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형상화된 ‘전설 속의 실재인물 네 바탕’, 그리고 송흥록, 신재효·진채선, 임방울 등 판소리사에서 우뚝 솟은 ‘명창인물 세 바탕’이다.

첫 바탕은 세종대왕이다. 그는 “판소리는 우리말 리듬의 최고 예술이고, 그 말을 만든 이가 세종대왕”이라며 “당연히 ‘가나다라 아야어여’부터 판소리로 창작하는 게 순서이고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 왕위를 내걸고 눈까지 멀어가며 한글 창제 작업에 매달렸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각 바탕은 100분 안팎 분량이 될 것이며 내년부터 3년간 작품별로 창본(사설)을 만들고 작창·작곡을 해 명창의 실연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구상하는 판소리는 과거 인물의 생애와 역사가 현대의 사회적 상황을 넘나들면서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호흡하도록 짜인다. 또 표현 형식은 판소리 고유의 양식을 뿌리로 하되 ‘1고수 1명창’이 아닌 2인창, 3인창, 입체창 등 창극화 초기의 다양한 방식까지 도입한다.

“판소리는 시공을 넘나드는 미학적 특성이 있습니다. 박동진 선생님은 옛날 판소리를 현대화시켰어요. 예를 들어 <춘향가>에서 변학도가 가마 타고 내려오는 대목을 박 선생님은 ‘이게 요새로 말하면 벤츠 타고 내려오는 것이여’ 식으로 바꿔 불렀어요.”

그는 “새 판소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을 넘나드는 작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팔도 사투리와 요즘 유행어, 인터넷 용어 등도 섞어가면서 대중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최근 ‘창작 판소리 열두 바탕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예술총감독을 맡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임권택(영화감독), 신경림(시인), 김지하(시인), 송기숙(소설가), 한승원(소설가) 등 우리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이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총제작비는 30억원으로 잡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공익문화재단 등의 후원을 기대하고 있다.

“혼자만의 작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재원이 마련되면 사설과 작창 분야의 전문가들과 작업을 시작해 3년이면 가능합니다. 만약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닥치면 혼자서 12년이 걸리더라도 해 나가야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임씨는 75년 정권진 명창(심청가 예능보유자)을 만나 5년간 소리를 배워 소리꾼이 되었다. 75년 김지하 시인의 담시에 판소리 가락을 입힌 <소리내력>을 작창한 것을 시작으로 <똥바다>(1985), <오월광주>(1990), <오적>(1993) 등 시대정신을 담은 창작 판소리를 발표해 왔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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