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알마비바 백작·수잔나…아름다운 노래의 향연

등록 2008-12-28 18:33수정 2008-12-28 19:35

[리뷰] 국립오페라단 ‘휘가로의 결혼’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서 활약 중인 젊은 한국 성악가들을 대거 기용해 화제를 모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의 모차르트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저녁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 올려진 개막공연은 아름다운 노래의 향연이었다.

알마비바 백작의 음악적 비중은 여타 주역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를 노래한 사무엘 윤(윤태현)은 단연 돋보였다.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에선 극장이 터져 나갈 듯한 성량으로 사자처럼 포효했다. 여인을 유혹하는 장면에선 천연덕스러운 호색한이었으며,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장면은 얼마나 처량했는지 모른다. 자유자재로 자신의 음성을 적절하게 과시하면서도 이어지는 중창에서 조화를 이뤄내는 노련함도 갖추었다. 악역을 이처럼 매력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가볍고 맑으면서도 단단한 음성을 지닌, 어여쁜 수잔나 역의 손지혜 역시 빼어난 연기와 훌륭한 노래를 보여주었다. 극장 구석구석 전달되는 정교한 발성도 훌륭했다. 두 가수의 3막 이중창이 이날 음악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다. 때때로 불안정한 장면이 없지 않았지만 카운터테너 이동규는 메조소프라노의 연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케루비노를 들려 주었다. 카운터테너만이 지닌 묘한 음색의 아름다움도 긴 여운을 남겼다. 몸을 아끼지 않은 혼신의 열연을 칭찬하고 싶다.

아쉬움은 있다. 휘가로를 노래한 손혜수가 좀더 해학적이고 능청스런 모습을 갖추었다면, 자신의 훌륭한 기량을 좀더 효과적으로 표현했을 터다. 백작 부인을 노래한 김혜진이 2막과 3막의 아리아의 깊고 풍부한 정서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면, 더욱 아름다운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앙상블이 중요한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조역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탄탄한 실력으로 화음을 이뤄낸 그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마르첼리나를 노래한 정수연은 깊은 인상을 남겼고, 바르톨로의 함석헌은 언제나 그랬듯이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정교한 앙상블을 이뤄낸 지휘자 정치용의 차분하고 충실한 리드는 특별한 언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크누아(KNUA)오케스트라는 기능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웠다.

세비야의 백작 저택에서 야구장으로 옮겨진 무대 배경 자체에서 연출자의 메시지를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갖가지 신선한 시도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특별한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30일까지.

김준형/오페라 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