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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40년 기타인생 김광석 ‘록-클래식 경계’ 넘다

등록 2008-12-30 21:21수정 2008-12-30 23:17

40년 기타인생 김광석 ‘록-클래식 경계’ 넘다
40년 기타인생 김광석 ‘록-클래식 경계’ 넘다
‘히파이브’ 출신 록 기타리스트
3집 클래식 앨범 ‘은하수’ 내놔
“다음엔 트로트 음반도 계획”
아버지가 여동생에게 사준 선물이 통기타가 아니었다면, 지금 기타리스트 김광석(53)의 삶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도 원주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별 어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여동생에게 사준 기타를 대신 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기타 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기타 치는 데만 몰두하는 아들과 그 모습을 곱게 바라볼 수 없는 아버지 사이의 갈등은 당연한 것이었다. 매번 기타를 부수는 아버지를 견딜 수 없었던 그는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 가출 횟수만큼 기타 실력도 늘었고, 미8군 무대에서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행색은 추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들을 찾아온 어머니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 인천 부평 기지촌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소식 듣고 찾아왔어요. 날 보고는 ‘혹시 김광석이란 사람 모르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한참 뒤에 날 알아보고는 아들이 거지가 됐다고 어찌나 우시는지…. 그때 내가 동료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거지꼴로 다니나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똑같은 모습이 된 거였죠.”

그러나 그는 무대에 서서 기타를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더불어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명성 역시 점점 커져갔다. 김홍탁이 빠진 자리를 대신해 ‘히파이브’(He5)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고, 20대 중반 어린 나이 때부터 스튜디오 세션 활동을 시작했다. 거의 하루 두 장꼴로 앨범 녹음을 했다. 돈도 벌었지만 너무 바빠 쓸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세션으로 참여한 곡만 10만 곡이 훌쩍 넘는다. 조용필, 김현식, 전인권, 이문세, 신승훈 등 웬만한 뮤지션의 앨범에는 그의 기타 연주가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남의 음악을 연주하는 대신 자기 음악을 하고 싶어졌다. 1995년, 살고 있던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아서 1집 앨범 <더 컨페션>을 제작했다. 하지만 앨범은 흥행에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세션 활동으로 돈을 벌어 집을 샀지만, 2003년 2집 <비밀> 제작을 위해 그 집마저 팔았다. 2집 앨범 역시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원래 한번 하겠다고 하면 그냥 그대로 가는 성격이에요. 보통 사람들이 볼 땐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앨범 낸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음악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으니까.”

2집 앨범 이후 5년 만에 지난달 말 3집 앨범 <은하수>를 제작했다. 역시 자비로 제작했지만 현재 사는 집은 부인 명의로 돼 있어 팔지 않았다. 앨범에는 록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김광석 대신 뜻밖에도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김광석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비애’, ‘숲속’ 등의 곡들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이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을 생각하면서 만든 거예요. 그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평가받고 싶다는 측면도 있었구요.”

40여년 기타를 연주해 오는 동안 장르에 대한 편견도 다 사라졌다. 정말 멋진 트로트 연주 앨범도 낼 생각이고, 실험적 음악이나 뜨거운 록 기타 연주가 담긴 앨범도 계획 중이다. 그는 오직 ‘연주자 김광석’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작곡자나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물론 곡을 쓰긴 하지만 내 기타 연주를 위해 곡을 쓰는 거죠. 음악을 그만둘 때까지 연주자의 자세로 음악을 할 거예요.”

2009년 1월7, 8일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홀에서 그의 3집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t.com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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