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두문’ 전시회 연 김용문
‘지두문’ 전시회 연 김용문
일본 가선 국보됐는데 우리는 정작 팽개치니…
“무겁다고 안 쓰고, 깨진다고 안 쓰고…. 귀가 좀 나가면 어때요? 입술 벨 일도 없는데…”
도예가 김용문(53·사진)씨는 장작가마 막사발의 전도사다. 도자기가 외면 받는 현실 이야기를 하자 금세 격앙됐다. “일본, 중국, 미국에서는 잘만 써요. 재티 묻고 요변된(구으면서 변한) 사발에는 ‘환장’을 해요.”
홍익대에서 도자를 전공한 그는 1982년 경기도 대성리 ‘애장제’를 시작으로 ‘매장, 그리고 발굴전’(83), ‘옹·관·장전’(87), ‘만파식토전’(88) 등 토우를 이용한 사회참여적 행위 예술로 민중의 한을 달래 왔다. 90년 ‘두향제’를 끝으로 사라졌다가 98년 고향인 경기도 오산에서 ‘세계 장작가마 막사발 축제’를 열면서 다시 도예판에 돌아왔다. 주머닛돈을 털어 넣은 지 11년. 2005년부터 중국 산둥성 쯔보시 초청으로 비슷한 행사를 현지서도 하고 있다.
“막사발이 일본에 건너가 국보가 되었는데, 정작 우리가 팽개치면 말이 됩니까?”
그에게 막사발은 “숙련된 도공이 순식간에 썩썩 빚어낸 생활용품”이다. 언뜻 보아 끊어진 것 같지만 유전자 정보처럼 우리 안에 내재돼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막사발에 내 인생 다 걸었어요. 언젠가 우리나라에 큰 획을 그을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문화부가 정한 100대 한국민족 상징에도 들었잖아요.”
김씨는 카자흐스탄, 오스트레일리아, 하와이에서도 막사발 축제를 여는 꿈을 꾼다. 그는 “남아도는 아파트 그만 짓고 그 돈으로 미술관, 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며 “정부 예산 10%만 투자하면 문화 강국이 될 테인데, 11년째 해오는 축제에 정부 보조금 한푼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막사발에서 그가 구현하려는 정신은 무엇일까?
“선조들이 쓰던 막사발을 재현했으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요? 제발 좀 쓰자구요.” 김씨의 ‘지두문’ 전시회가 서울 삼청동 스페이스 모빈에서 내년 1월13일까지 열린다. 지두문은 옹기 기법에서 온 것. 유약이 굳기 전 5초 안에 손끝으로 문양을 그려낸다. 그의 손가락이 지나간 커다란 접시에 새, 풀, 나무, 산이 아이 그림처럼 새겨졌다. “30년의 기다림”이라고 했다. (02)723-7075. 임종업 선임기자
“선조들이 쓰던 막사발을 재현했으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요? 제발 좀 쓰자구요.” 김씨의 ‘지두문’ 전시회가 서울 삼청동 스페이스 모빈에서 내년 1월13일까지 열린다. 지두문은 옹기 기법에서 온 것. 유약이 굳기 전 5초 안에 손끝으로 문양을 그려낸다. 그의 손가락이 지나간 커다란 접시에 새, 풀, 나무, 산이 아이 그림처럼 새겨졌다. “30년의 기다림”이라고 했다. (02)723-7075.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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