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국내 최장기 뮤지컬 <지하철1호선>가 2008년의 세밑 31일 밤 대학로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 4000회 공연을 마지막으로 15년간 이어오던 질주를 멈췄다.
록 뮤지컬 <지하철1호선>은 극단 학전 김민기(58) 대표가 독일 그립스 극장의 동명 뮤지컬 <리네 아인스>를 한국 상황에 맞춰 옌볜 처녀 선녀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으로 번안·각색해 1994년 5월14일 학전소극장 무대에 처음 올렸다.
이날 4000회 공연에 앞서 김민기 대표는 무대에 올라 “94년에 출발한 <지하철1호선>이 15년간 달려 4천회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됐다”면서 “300여명의 출연자와 스태프를 비롯해 그간 이 작품을 도와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공연은 초연 당시 주역을 맡았던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씨와 정재일씨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되어 새해 첫날을 맞으며 3시간 30분 넘게 진행됐다. 나윤선씨가 노래 ‘6시9분, 서울역’으로 첫 장면을 장식하고 방은진(걸레), 김효숙(곰보할매), 이지은(빨강바지) 등 15년간 이 작품을 빛내왔던 배우들이 주·조연을 맡았다. 또 <지하철1호선>이 배출한 영화배우이자 탤런트 장현성씨와 황정민씨가 카메오로 출연해 노래 ‘지하철을 타세요’를 부르고, 빨래판과 장애아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4000회 공연을 축하하러 독일에서 온 그립스 극장 대표이자 <지하철1호선>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를 비롯한 단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권택 영화감독, 전 성공회대 총장 김성수 주교,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라인문트 베르데만 독일문화원 원장, 일본국제교류기금센터 혼다 오사모 소장, <지하철1호선> 출신 영화배우 설경구씨와 김윤석씨 등 200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보았다.
4000회 공연이 끝나자 김민기 대표는 역대 배우들과 스태프, 독일 그립스 극장 단원 등 100여명을 무대로 불러내려 메인 타이틀곡인 ‘1호선’을 합창하며 마지막 공연의 아쉬움을 달랬다.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는 “학전의 <지하철1호선>을 15번이나 봤는데 더 이상 내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을 멋있게 만들어준 ‘친구’ 김민기씨에게 고맙다”며 “100번이라도 더 볼 수 있으니 새로운 버전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축하했다.
극단 학전은 ‘1998년 서울’로 한정된 20세기 버전이 막을 내림에 따라 오는 1월 말까지 아이디어를 공모(www.line1.co.kr)해 21세기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담은 <지하철1호선> 21세기 버전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학전 제공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학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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