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친정엄마로 나오는 강부자(가운데)씨와 딸 역을 번갈아 맡는 전미선(오른쪽)·이서림씨가 6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다정하게 안고 웃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친정엄마와 2박3일’ 17일 무대에
간암 말기 딸-엄마의 이야기
간암 말기 딸-엄마의 이야기
강부자 “연기하며 딸 생각에 눈물”
전미선 “평소 엄마에 대한 감정 표현” 친정엄마는 서울로 시집간 딸이 늘 그리웠다. 어렸을 때부터 잘나고 똑똑했던 딸이었다. 어느 날 그 딸이 연락도 없이 불쑥 친정으로 찾아왔다. “엄마, 이제 나 기다리지 않아도 돼. 나 이제 여기 안 와. 못 와” “왜야? 어디 멀리 해외 출장 가?” “엄마, 미안해. 나 이제 아빠 곁으로 갈려구. 간암이래. 3개월...남았데” 엄마가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넋을 잃은 그녀의 입에서 처연한 노랫소리가 삐져나온다. “은을 준들 너를 사랴~/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청아 내 딸 청아~/ 공양미 삼백 석에 너를 팔아 내 눈 뜬들 무엇하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사공아 뱃사공아 내 딸은 못 데려 간다.”
3일 오후 서울 방배동 극단 수의 연습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친정엄마 역의 강부자(68)씨가 넋을 잃고 대상도 없이 빌며 다닌다. “아이고, 아이고 이 일을 어쩌. 내 새끼를 어쩌라고, 내 생떼 같은 새끼를... 아이고 나는 못 사네. 내 새끼 보내고 나는 못 사네. 아가, 못 간다. 못 가. 내 새끼를 누가 데려가. 아이고 내 새끼를 어쩌~” 역시 강부자씨는 대배우였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자 한순간 연습실이 숙연해진다. 딸 미영 역의 이서림(33)씨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오는 17일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누구나 애잔하고 또는 가슴 뭉클하게 생각하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7년 고두심씨 주연으로 이 땅의 엄마와 딸의 심금을 울렸던 연극 <친정엄마>의 작가 고혜정씨와 구태환 연출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죽음을 앞두고 친정을 찾아온 딸과 친정엄마가 마지막 2박3일을 함께 보내며 삶과 인생, 사랑의 이야기를 조각보 이어가듯 펼쳐보인다. 40여년간 연극 <산불>, <국밥>, <오구> 등과 드라마 활동을 통해 대표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심었던 탤런트 강부자씨가 친정엄마를 연기한다. “친정엄마와 딸은 항상 만나면 서로 좋았다가도 어느 순간 부딪히어서 서로 찔찔 짜고 울고 금방 또 싸우고 금방 또 ‘아이고 내가 괜히 그랬구나!’ 후회하는 것이 친정엄마와 딸이에요.” ‘엄마 연기’에 익숙한 그이지만 “연기를 하면서 미국에 있는 딸 승하가 생각났다. 딸은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스르르 흐르는 존재”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작품은 포스트에도 나왔지만 딸이 아직 엄마한테 하지 못한 ‘엄마 사랑해’라는 말이다”며 “누가 뭐라 해도 정말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저도 못했고 우리 딸한테도 그런 소리 아직 못 들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저 세상에 가계시지만 친정엄마한테 마음속으로는 백번 천번 수만번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끝내 그 말을 못했다”고 한숨을 내쉰다. “친정엄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죠.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는 존재입니다. 딸은 엄마 맘을 잘 알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 못 하는, 모든 엄마와 딸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네요.” 이서림씨와 번갈아 딸 미영 역을 맡은 탤런트 전미선(37)씨에게도 친정엄마는 언제나 가슴이 아련하게 저려오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는 “가급적이면 ‘엄마 사랑해’라는 표현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엄마가 조금 아프신데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것을 표현하지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1993년에 <거짓말하는 여자> 이후 1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니까 떨린다”며 “얼마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평소 엄마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서림씨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마한테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대구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속으로 ‘사랑한단 말을 해야지’ 하면서도 못하고 계속 끊고 그랬다. 정말 엄마한테는 너무 불효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 사람에게 만약 마지막 ‘2박3일’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다. 한결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딸하고 손 꼭 잡고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딸이 시집가기 전에는 내가 너무 바빴고, 그 애는 학교 다녀야 했기 때문에 어디 여행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용하고 전원도시 같은 곳에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강부자) “올해 엄마가 칠순이신데 저희 딸들 네명이서 엄마 모시고 외국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더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뭔지 조차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2박3일 동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엄마를 더 많이 알고 엄마한테 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로 ‘사랑해 엄마’ 하고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이서림) “엄마와 자유로이 단둘이 엄마와 딸이 아닌 ‘여자 대 여자’로 여행을 가겠습니다. 2박3일 동안 가슴에서 꺼내지 못했던 엄마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요.”(전미선) 세 사람은 “연극이 끝나면 모든 엄마와 딸 관객이 두 손을 꼭 잡고 일어서리라 여겨지는 작품”이며 “부부나 모녀지간에 부녀지간에 온 가족이 손 꼭 잡고 보면 따뜻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9회 서울연극제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은 배우 이용이씨가 강부자씨와 함께 친정엄마 ‘최여사’ 역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선다. 중견배우 정상철(아버지 역), 김한희(오빠), 전국향(장군이네, 시어머니), 이요성(역무원, 흔들이 아저씨), 이보배(여선생, 어린 딸, 시어머니)씨 등도 함께 무대에 선다. 31일까지. (02)6005-673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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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방배동 극단 수의 연습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친정엄마 역의 강부자(68)씨가 넋을 잃고 대상도 없이 빌며 다닌다. “아이고, 아이고 이 일을 어쩌. 내 새끼를 어쩌라고, 내 생떼 같은 새끼를... 아이고 나는 못 사네. 내 새끼 보내고 나는 못 사네. 아가, 못 간다. 못 가. 내 새끼를 누가 데려가. 아이고 내 새끼를 어쩌~” 역시 강부자씨는 대배우였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자 한순간 연습실이 숙연해진다. 딸 미영 역의 이서림(33)씨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오는 17일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누구나 애잔하고 또는 가슴 뭉클하게 생각하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7년 고두심씨 주연으로 이 땅의 엄마와 딸의 심금을 울렸던 연극 <친정엄마>의 작가 고혜정씨와 구태환 연출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죽음을 앞두고 친정을 찾아온 딸과 친정엄마가 마지막 2박3일을 함께 보내며 삶과 인생, 사랑의 이야기를 조각보 이어가듯 펼쳐보인다. 40여년간 연극 <산불>, <국밥>, <오구> 등과 드라마 활동을 통해 대표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심었던 탤런트 강부자씨가 친정엄마를 연기한다. “친정엄마와 딸은 항상 만나면 서로 좋았다가도 어느 순간 부딪히어서 서로 찔찔 짜고 울고 금방 또 싸우고 금방 또 ‘아이고 내가 괜히 그랬구나!’ 후회하는 것이 친정엄마와 딸이에요.” ‘엄마 연기’에 익숙한 그이지만 “연기를 하면서 미국에 있는 딸 승하가 생각났다. 딸은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스르르 흐르는 존재”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작품은 포스트에도 나왔지만 딸이 아직 엄마한테 하지 못한 ‘엄마 사랑해’라는 말이다”며 “누가 뭐라 해도 정말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저도 못했고 우리 딸한테도 그런 소리 아직 못 들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저 세상에 가계시지만 친정엄마한테 마음속으로는 백번 천번 수만번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끝내 그 말을 못했다”고 한숨을 내쉰다. “친정엄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죠.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는 존재입니다. 딸은 엄마 맘을 잘 알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 못 하는, 모든 엄마와 딸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네요.” 이서림씨와 번갈아 딸 미영 역을 맡은 탤런트 전미선(37)씨에게도 친정엄마는 언제나 가슴이 아련하게 저려오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는 “가급적이면 ‘엄마 사랑해’라는 표현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엄마가 조금 아프신데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것을 표현하지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1993년에 <거짓말하는 여자> 이후 1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니까 떨린다”며 “얼마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평소 엄마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서림씨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마한테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대구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속으로 ‘사랑한단 말을 해야지’ 하면서도 못하고 계속 끊고 그랬다. 정말 엄마한테는 너무 불효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 사람에게 만약 마지막 ‘2박3일’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다. 한결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딸하고 손 꼭 잡고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딸이 시집가기 전에는 내가 너무 바빴고, 그 애는 학교 다녀야 했기 때문에 어디 여행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용하고 전원도시 같은 곳에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강부자) “올해 엄마가 칠순이신데 저희 딸들 네명이서 엄마 모시고 외국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더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뭔지 조차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2박3일 동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엄마를 더 많이 알고 엄마한테 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로 ‘사랑해 엄마’ 하고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이서림) “엄마와 자유로이 단둘이 엄마와 딸이 아닌 ‘여자 대 여자’로 여행을 가겠습니다. 2박3일 동안 가슴에서 꺼내지 못했던 엄마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요.”(전미선) 세 사람은 “연극이 끝나면 모든 엄마와 딸 관객이 두 손을 꼭 잡고 일어서리라 여겨지는 작품”이며 “부부나 모녀지간에 부녀지간에 온 가족이 손 꼭 잡고 보면 따뜻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9회 서울연극제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은 배우 이용이씨가 강부자씨와 함께 친정엄마 ‘최여사’ 역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선다. 중견배우 정상철(아버지 역), 김한희(오빠), 전국향(장군이네, 시어머니), 이요성(역무원, 흔들이 아저씨), 이보배(여선생, 어린 딸, 시어머니)씨 등도 함께 무대에 선다. 31일까지. (02)6005-673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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