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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맘마미아 세 언니’ 여성의 성을 토크쇼로 펼치다

등록 2009-01-14 09:02수정 2009-01-14 09:56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는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왼쪽부터)씨가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는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왼쪽부터)씨가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최정원·전수경·이경미씨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서
여성 성기 금기 깨는 수다떨기…‘내밀한 비밀’도 털어놔
“나는 인간의 모든 근원과 존재 자체를 상징하는 문이야. 나는 인간의 사랑을 확인해주는 성스러운 장소이고, 그 사랑의 정점인 육체적 환희를 선물해 주는 열쇠야. 나는 아홉 달 동안 아기를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이고, 그리고 그 커다란 아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희생해.”(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한국 뮤지컬의 맏언니 최정원(39), 전수경(42), 이경미(47)가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여성의 ‘금기’를 끄집어낸다. 여성의 성의 본질이자 인간 생명의 근원인 여성 성기의 억눌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그의 저서에서 남성의 성기를 ‘XX’, 여성의 성기를 ‘XX’, 성관계를 ‘X’로 표현하는 파격을 보였다고 하지만 이름난 여배우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밖에 내뱉기는 껄끄러운 말이다.

이달 초 끝난 <맘마미아> 대구 공연 도중에도 짬짬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준비해 온 이들 ‘맘마미아 삼총사’는 “여성들의 무지와 편견, 남성들의 폭력 때문에 화가 나 있는 여성의 귀중한 몸을 달래는 한판 굿을 벌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본을 읽고 언니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배우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실제로 ‘버자이너’라는 말을 하면 할수록 너무 고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인간이 다 거기를 통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감동스럽기까지 해요.”(최정원)

“저희들이 조금 용감한 편인가봐요. 만약 20대 때 이 작품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면 지금하고는 달랐겠죠. 이제 연륜이 쌓인 사십대 여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더 신뢰감을 주지 않을까요.”(전수경)

“우리나라는 유교사상 때문인지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보다 훨씬 더 여성의 성에 대해 금기시하잖아요. 제가 8년 전 이 작품을 처음 했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어요. 어떤 하나의 공연으로 사회가 바뀌어질 수는 없지만,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의 버자이너를 준비하고 싶습니다.”(이경미)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여성 희곡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200여 명의 여성들과 내밀히 만나 인터뷰한 성(性) 이야기를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199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이브 엔슬리의 1인 다역 연기로 초연되었다. 일관된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형식이어서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01년 이지나 연출가가 김지숙, 이경미, 예지원이 극을 3분할해 공연을 끌어가는 ‘트라이어로그’로 각색해 처음 소개했으며, 그 뒤 서주희, 장영남 등이 원작대로 1인 다역의 ‘모놀로그’를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8년 전의 ‘트라이어로그’ 연출 방식에 더해 이지나 연출이 ‘오프라 윈프리쇼’를 벤치마킹해 ‘토크쇼’라는 새로운 형식을 입혔다. 전수경이 사회자로 나서서 5살부터 70대 노인까지 1인 다역의 연기를 하는 최정원, 이경미를 인터뷰하며 극을 짠다. 또 뮤지컬 배우답게 대사에 곡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맛깔스러운 애드리브도 가미한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맘마미아 삼총사’의 호흡이 중요하다.

최정원이 “20년 가까이 무대에 서다 보니 좋은 배우, 마음에 맞는 배우와 작품을 하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자, 전수경도 “세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세 배우들이 막간마다 자신들의 실제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이전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자위나 오르가슴 같은 우리의 내밀한 이야기를 밝히는 거는 처음이예요. ‘마지막으로 느낀 오르가슴은 언제야’ 이런 식의 이야기를 어디 가서 해보겠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거짓말이 아닌 진짜로 한다니까요.” 이지나 연출이 극구 진실고백임을 강조하자 세 사람은 깔깔대며 웃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배우와 작품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을까? 세 사람은 “배우들이 마음속에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공연을 꾸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주제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몰아가는 것도 배우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2월28일까지 대학로 에스엠스타홀. (02)2051-3307.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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