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개인전 ‘실종’
발로 뛴 3년의 기록
발로 뛴 3년의 기록
순수미술 작가 나현씨의 개인전 ‘실종’은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여주는 전시다. 프로젝트란 이름없는 개인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들 가운데 7명의 실종자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한국 국방부와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신원 확인에 실패한 작가는 아예 파리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육군 사료관에서 실종자를 최종 확인했다. 2006년 시작해 2009년까지 이어진 여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실종자가 공식 통계와 달리 7명이 아니라 12명이었다는 것.
전시는 한국, 프랑스 정부기관 사이에 오간 문서들과 프랑스 참전 군인 인터뷰,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얻은 부수적 결과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은 프랑스 육군 사료관에서 건네받은 12장의 실종자 확인 서류. 여기에는 실종자 신분과 실종일, 당시 정황 등이 간략하게 기록돼 있다. 특이한 것은 7개의 수조. 추상화처럼 바닥에 물감이 말라붙어 있다. 작가는 이를 ‘사유공간’이라고 말한다.
파리에 머무는 1년 동안 작가의 눈에는 센강의 중간에 있는 시테섬이 ‘실종’과 겹쳐 보였다고 한다. 현존과 부재의 중간지대인 실종이 파리의 남도 북도 아닌 시테섬과 비슷했던 것. 작가는 시테섬과 강의 남북을 잇는 7개의 다리를 그리는 작업을 한다. 캔버스 아닌 물 위에 그린 다리는 형체가 없어 끝없어 보이는 실종자 탐색과 겹친다.
전시장에서 관객은 작가의 프로젝트 자체가 아닌 조각조각 나눠진 부산물들을 보게 된다. 파편 짜맞추기와 작가의 속내를 짐작하는 건 오로지 관객의 즐거움이다. 물감이 눌러붙은 수조는 프로젝트 과정으로 읽어도 좋고 캔버스 아닌 함석판에 그려진 7폭 추상화로 봐도 좋다.
“나중에 보니 시테섬 다리가 7개가 아닌 8개더군요. 1개의 차이가 결국 예술 아니겠습니까.” 작가는 역사적 진실뿐 아니라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했던 것.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2월15일까지. (02)330-6223.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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