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춤 안무가 정금형(30)
정금형씨 ‘금형세트 프로그램’
인형을 오브제로 한 실험극 펼쳐
인형을 오브제로 한 실험극 펼쳐
“몸을 다르게 보이는 방법을 찾아보려 했어요. 가면을 발, 팔꿈치에 붙여 공연해봤더니 재미있더군요. 오브제로 인형을 사용하는 방법들을 고민하다가 인형극으로 발전하게 된거죠.”
현대춤 안무가 정금형(30)씨는 인형으로 춤을 춘다. 2005년 <피그말리온>으로 데뷔한 그는 <트리스탄의 탄식>(2005), <진공청소기>(2006), <금으로 만든 인형>(2008), <유압진동기>(2008) 등 몸과 인형의 소통을 테마로 한 실험 인형극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런 정씨를 지인들은 ‘4차원의 소녀’라고 부른다.
그가 오는 29일부터 2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크로예술극장에서 그동안의 안무 작업을 한데 모은 ‘금형세트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지난해 변방연극제에서 선보였던 <유압진동기>(1월31일~2월1일), 신작 <원격조종인형>(2월1일), <장대높이인형>(1월29일~2월1일) 등이 펼쳐진다. 인형을 비롯한 오브제와 이를 조종하는 배우(무용수)의 몸이 다양한 방식으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구도의 무대. 공연을 앞두고 지난 23일 서울 연남동 작업실에서 만난 정씨는 “제 춤이 같은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방법들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몸의 움직임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제 이름인 금형은 제 작업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화제작 <금으로 만든 인형>(29~30일)에서는 인형과 이를 조종하는 배우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오르가슴에 집착하는 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배우의 몸이 물체가 움직이는 공간이 되고(스펙터클 대서사시), 몸이 인형의 일부분이 되며(트리스탄), 가면이 마네킹을 애무한다(피그말리온). 또 진공청소기 흡입구에 달린 인형이 배우의 몸을 탐닉하면서(진공청소기·사진) 배우와 물체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오브제가 살아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배우가 되어서 무엇을 하는 것보다 나를 없애고 내 몸을 재료로 사용하는 공연을 만들려고 하는거죠.”
정씨는 호서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연극과 무용을 잇따라 전공한 덕분에 인형극과 무용을 결합시킨 색다른 공연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극은 남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것 같더군요. 춤에 빠진 건 나만의 움직임을 찾아 내가 누구인지 색깔을 드러내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는 “앞으로도 내 몸이 어떻게 인형을 움직이게 할까? 또 내 몸이 인형으로 해서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고민을 꾸준히 작업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02)889-3561.
정상영 기자
진공청소기 흡입구에 달린 인형이 배우의 몸을 탐닉하면서(진공청소기·사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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