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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심 사로잡는 클림트

등록 2009-02-08 17:36수정 2009-02-08 19:33

<유디트>
<유디트>
당당하고 퇴폐적인
‘팜 파탈’에 매혹
5월 15일까지 전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작품은 여성들이 좋아한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모마)에서 몇 해 전 클림트 전시를 보았다는 한 여성은 또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2일 개막한 서울 예술의전당 클림트 전시장은 실제로 여성들로 붐빈다.

왜 그럴까. 몽롱한 눈, 반쯤 벌어진 입, 발그레한 볼, 한쪽 가슴 드러낸 상체. 찬란한 금빛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여성이 유혹한다. 그의 대표작 <유디트 1>. 팜프파탈이다! 하지만 나무 액자 위쪽 금속판에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라고 큼지막하게 음각돼 있다. ‘살로메와 요한’으로 읽지 말라는 뜻이다.

이 그림은 클림트가 두 차례 그린 <유디트> 가운데 첫 번째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여걸. 이스라엘을 침략한 앗시리아 장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조국을 구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림 속 여인은 강단 있기는 커녕 방금 정사라도 마친 양 고혹적이다. 오른쪽 하단에 반쪽 정도 보이는 털북숭이 남성의 거무스름한 얼굴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클림트가 그린 인물상은 대부분 여성. 실제 인물이던 그림 속 여인들은 세련되고, 신비로운데다 위풍당당하고 적당히 퇴폐적이다. 굳이 <유디트>처럼 남성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지 않더라도 초상화 속 여인들은 하나 같이 도도하다. 여성 관객들은 그림 속 주인공과 일체가 되어 여성 상위를 체험하게 된다.

클림트 주변엔 여성들이 많았다. 집에는 정신병 증세의 어머니와 누이동생, 제수씨, 여조카까지 있었다. 밖에서는 여성 모델과의 염문이 꼬리를 물었다. 생전 양육비 소송을 한 사생아가 14명이었을 정도다. 가장 가까운 모델은 헤르마와 마리 침머만. 둘째 아이를 임신한 마리를 그린 <희망 1>의 모델은 헤르마. 그의 정신적 지주는 12살 연하의 의상 디자이너 에밀리 플뢰게. <키스>를 포함해 네 차례나 클림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는 클림트와 가까이 살면서 4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작품 속 여인들이 때로 어머니처럼, 때로 요부처럼, 때로 숙녀처럼 보이는 이면에는 작가가 살았던 19세기 말 시대가 겹친다. 프랑스 문인 베를렌, 보들레르 등에서 비롯한 상징주의 물결은 오스트리아에서 더욱 퇴폐적으로 흘러 세기말 분위기를 돋웠던 것. 클림트는 청소년기부터 사실화, 역사화 등을 통해 기본기를 다진데다 추후 발전시킨 장식적 상업미술과 아르누보를 접목했다. 사교계 여성들이 초상화를 그리려고 줄을 선 것은 당연하지 않았겠는가.

이번 전시에는 <유디트 1> 외에 <유디트 2> <아담과 이브> <아멜리 추커칸들 부인 초상> 등의 명작들이 포함돼 있다. 5월15일까지. (02)334-4254.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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