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성 목소리 해방시킨 ‘70년대 정신’

등록 2009-02-10 18:41수정 2009-02-10 20:12

<유브 갓 어 프렌드>(1971년)
<유브 갓 어 프렌드>(1971년)
[세상을 바꾼 노래 64] 캐롤 킹의 <유브 갓 어 프렌드>(1971년)
1960년대의 포크 뮤지션들과 1970년대의 싱어-송라이터들 사이의 차이에 관하여 비평가 길리언 가는 “포크 예술가들이 기성 장르의 내부에서 역사적 전통에 몰두했던 반면,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은 극도로 개인적인 관점으로부터 나타났다”고 구분했다.

음악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창조적 열매는 서로 다른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1년의 간격을 두고 발표된 두 개의 걸작에 대한 비평가 로버트 크리스트고의 비교 평가 또한 유사한 관점을 띠고 있었다. 그는 진정성과 현실성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캐롤 킹의 <태피스트리>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1970)보다 설득력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던 것이다. ‘70년대성’의 탄생이었다.

<태피스트리>는 모든 면에서 당대의 기념비적인 앨범이었다. 대중적 성공의 규모부터가 그랬다. 15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 자리를 지키며 여성 뮤지션의 작품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다이아몬드 레코드’(천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했고, 신인상을 제외한 모든 주요 부문을 휩쓸며 네 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석권했다. <태피스트리>는 캐롤 킹을 싣고 날아오른 ‘마법의 양탄자’였다.

음악사적인 의미는 더욱 크다. 싱어-송라이터의 예술적 성취라는 측면에서 <태피스트리>는 70년대 전반을 넘어 오늘날까지도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범이다. 좀 더 주목할 점은 캐롤 킹이 그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로버트 크리스트고는 이 앨범이 “무엇보다도 캐롤 킹이 여성으로서 개별적 인격을 확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썼다. 킹의 피아노 연주와 목소리에 담긴 맨 얼굴의 아름다움이 대중음악의 남성적 기준에 대한 요구를 “아마도 영원히, 파괴해버렸다”는 것이다. 비평가 존 랜도가 “완벽한 음악”이라고 평했던 ‘유브 갓 어 프렌드’는 <태피스트리>의 그런 미덕을 완벽하게 집약해낸 노래다.

‘유브 갓 어 프렌드’는 결여됨으로써 충만하다는 아이러니를 입증해낸 작품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지적하고 심지어 본인조차도 인정하듯 캐롤 킹은 결코 훌륭한 보컬리스트가 못 된다. 음상은 위태롭고 음역은 협소하다. 그러나 킹은 친우이자 동료 뮤지션인 제임스 테일러의 조언을 따라, 자신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오히려 상처받기 쉬운 여성성과 마음으로 호소하는 진정성의 마술적 흡인력을 보여주었다. 솔로 데뷔작 <라이터>(1970)가 제목에서부터 스스로를 작곡가의 틀에 옭아매고 있었던 것과는 극명하게 달라진 면모다. 수많은 히트곡을 합작했던 작사가 남편 제리 고핀과의 결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계기로 삼아 노랫말을 썼다는 사실도 그렇다. 그래서 존 랜도는 “가사와 선율이 과거보다 훨씬 굳건하게 결합했다”고 평했던 것이다. ‘유브 갓 어 프렌드’는 최고의 작곡가로 60년대를 지나온 킹이 위대한 싱어-송라이터로 70년대를 맞이한 전환점이었다.

상업적 성공이 음악적 성취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때로 상업적 성공 때문에 음악적 성취가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노래가 그 사례다. 그리고 동시에 그 예외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