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드림 플레이 단원들이 9일 오후 서울 동선동 연습실에서 <장석조네 사람들>의 연습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장석조네 사람들’ 김재엽 연출
“겐짱 박씨 형제·폐병쟁이 진씨…
도시 빈민층의 방언·생활상
진정성의 리얼리즘 살리려 애써” 소설가 고 김소진(1963~1997)은 서른넷에 병마로 쓰러질 때까지 세상 바깥으로 추방된 사람들의 남루한 삶과 언어를 당대의 현실 안으로 복원하는데 자신을 ‘소진’했다. 그의 작품 <장석조네 사람들>에는 유년 시절을 보낸 서울 미아리 삼양동 산동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 아홉 가구가 일자로 늘어서 있다고 하여 ‘기찻집’이라고 부르는 장석조네 집 사람들의 연작 이야기다. 독립 창작 무대를 고집하는 젊은 극단 ‘드림플레이’가 <장석조네 사람들>을 각색해 17~22일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무대에 올린다. 각색·연출자는 극단 대표인 김재엽(36·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 상업적 연극이 득세하는 대학로에서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등으로 부조리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해온 극작가다. 지난 9일 서울 동선동 지하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공연 준비에 매달리고 있던 그를 만났다. “91년 대학 시절 김소진의 소설 <열린사회와 그의 적들>을 읽고 충격을 받았죠. 거대 담론 중심 혹은 전투적 리얼리즘과 달리 삶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현대사가 숨쉬는 또 다른 리얼리즘 문학이라고나 할까요? 그의 소설이 나올 때마다 흥분했고 존경했던 터라 꼭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김씨는 “대학 시절 내내 김소진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주었고, 진정성 있는 문학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던 우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양은 장수 끝방 최씨’를 비롯해 ‘겐짱 박씨 형제’, ‘비운의 육손이 형’, ‘폐병쟁이 진씨’ 등 한 지붕 아래 아홉 가구가 교직해내는 열 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김씨는 “70년대 도시 빈민층의 생활 양상을 그려내면서 가난과 폭력성마저도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휴머니티와 민중성으로 감싸안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작품은 순토박이말에 집착해 온 작가의 개성을 살려 한국적 감성 묻어나는 토속어와 사투리들이 그득하다. 함경도와 평안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전국의 사투리가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단순히 대본으로 옮기는 일 못지 않게 감칠맛 나는 언어를 무대에 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각각 단편인데도 인간 군상들이 한 공간에 있어요. 연극적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도 희곡의 대화가 되더군요. 글말이 아닌 입말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소설가가 입말을 잘 쓰기 힘든데 대단합니다.” 그는 “에피소드 10개를 다 하고 싶었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빵’과 ‘쌍과부집’을 덜어낸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극에 등장하는 배우 열넷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사투리도 두 가지 이상 익혀야 했다. 그래서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소설 낭독에 주력했고, 올 1월에야 연습에 들어갈 정도로 준비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잊혀진 방언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귀중한 창작 레퍼토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번 작품은 2006년부터 드림플레이가 겨울 무대에 선보이는 ‘겨울잠 프로젝트’의 하나. 17~22일 초연 뒤 수정 작업을 거쳐 5월께 재공연한다. 한편, 극단 쪽은 20대의 고민과 분노를 담아낸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를 다음달 재공연하며, 그 뒤 이 작품과 ‘386’ 이후 세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를 함께 묶어 ‘대한민국 20~30대 모여라’라는 프로젝트로 8월 말부터 두 달간 공연할 계획이다. (02)3673-558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도시 빈민층의 방언·생활상
진정성의 리얼리즘 살리려 애써” 소설가 고 김소진(1963~1997)은 서른넷에 병마로 쓰러질 때까지 세상 바깥으로 추방된 사람들의 남루한 삶과 언어를 당대의 현실 안으로 복원하는데 자신을 ‘소진’했다. 그의 작품 <장석조네 사람들>에는 유년 시절을 보낸 서울 미아리 삼양동 산동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 아홉 가구가 일자로 늘어서 있다고 하여 ‘기찻집’이라고 부르는 장석조네 집 사람들의 연작 이야기다. 독립 창작 무대를 고집하는 젊은 극단 ‘드림플레이’가 <장석조네 사람들>을 각색해 17~22일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무대에 올린다. 각색·연출자는 극단 대표인 김재엽(36·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 상업적 연극이 득세하는 대학로에서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등으로 부조리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해온 극작가다. 지난 9일 서울 동선동 지하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공연 준비에 매달리고 있던 그를 만났다. “91년 대학 시절 김소진의 소설 <열린사회와 그의 적들>을 읽고 충격을 받았죠. 거대 담론 중심 혹은 전투적 리얼리즘과 달리 삶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현대사가 숨쉬는 또 다른 리얼리즘 문학이라고나 할까요? 그의 소설이 나올 때마다 흥분했고 존경했던 터라 꼭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김씨는 “대학 시절 내내 김소진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주었고, 진정성 있는 문학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던 우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연출자 김재엽씨.
“각각 단편인데도 인간 군상들이 한 공간에 있어요. 연극적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도 희곡의 대화가 되더군요. 글말이 아닌 입말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소설가가 입말을 잘 쓰기 힘든데 대단합니다.” 그는 “에피소드 10개를 다 하고 싶었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빵’과 ‘쌍과부집’을 덜어낸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극에 등장하는 배우 열넷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사투리도 두 가지 이상 익혀야 했다. 그래서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소설 낭독에 주력했고, 올 1월에야 연습에 들어갈 정도로 준비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잊혀진 방언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귀중한 창작 레퍼토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번 작품은 2006년부터 드림플레이가 겨울 무대에 선보이는 ‘겨울잠 프로젝트’의 하나. 17~22일 초연 뒤 수정 작업을 거쳐 5월께 재공연한다. 한편, 극단 쪽은 20대의 고민과 분노를 담아낸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를 다음달 재공연하며, 그 뒤 이 작품과 ‘386’ 이후 세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를 함께 묶어 ‘대한민국 20~30대 모여라’라는 프로젝트로 8월 말부터 두 달간 공연할 계획이다. (02)3673-558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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