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조각가 17명 그 풋풋한 열정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2009 신진조각가’ 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 전시는 전국 30여 개 미대의 조각과 졸업전시회에서 고른 예비 조각가 17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미술관 쪽은 대학의 명성이나 지도교수 추천 없이 투철한 작가의식과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가졌는가를 평가 대상으로 삼아 선발했다고 밝혔다.
출품작들에서는 풋풋함이 도드라진다. 김현아(서울대)씨는 길바닥에서 넉 달 동안 뜯어 모은 껌 딱지로 차에 깔려 죽은 동물 모양을 만들었다. 폐기물과 인간, 죽음과 생명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작품을 사진 장르로까지 확대했다. 민지영(동아대)씨는 리어카에 박스 종이 탑을 쌓았다. 거리에서 폐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의 힘든 삶 혹은 노인 복지가 부족한 현실을 상징하는 듯한데, 두둑한 배포가 돋보인다. 김준미(수원대)씨는 여성 작가로는 드물게 돌 조각을 선택했다. 검정 대리석으로 큰 풍선을 만들고 그 위에 도예로 만든 작은 마을을 꾸몄다. 꿈을 상징하는 풍선에 희망을 실었다는 설명이다.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한지연(성균관대)씨는 얇게 떼어낸 숯 조각으로 거대한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마을을 형상화했다. 환경을 훼손한 결과 종말을 맞은 지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김영민(울산대)씨는 각종 명품 로고를 보호 무늬로 한 무당벌레 떼를 만들었다. 자본주의의 상품에 무한대로 노출된 여성들의 패션 행태를 비튼 것이다. 명품 선택이 일종의 보호색일지 모른다는 의미도 담았다. 박아름나라(건국대)씨는 쇳가루와 자석으로 썩어가는 모피 코트를 만들어 동물을 희생시키는 인간의 덧없는 허영을 꼬집었고, 정인종(성균관대)씨는 각종 무기 프라모델로 식탁을 꾸며 식사처럼 일상화한 전쟁을 풍자했다.
이 밖에 뜨게 실을 이용한 김성실(중앙대)씨의 <애완동물>, 도영우(서울대)씨의 너덜너덜한 석고 신체상, 김시현(홍익대)씨의 철망으로 짠 운동화 카메라, 손가방 등이 눈에 띈다. 만화와의 경계선에 선 조진규(국민대)씨의 작품도 이채롭다. 3월26일까지. (02)3217-6484.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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