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엄기준(33), 김수로(39)
14일 개막 고리키 연극 두 주역
영화와 티브이 브라운관을 누비며 활약 중인 배우 김수로(39)씨와 뮤지컬 무대 출신의 배우 엄기준(33)씨가 나란히 연극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은 극단 유가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올린 <밑바닥에서>(연출 황재헌)에 젊은 도둑 ‘페펠’ 역과 사기도박 전과자 ‘사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밑바닥에서>는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희극. 싸구려 여인숙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의 삶을 그렸다. 지난 15일 저녁 공연을 끝낸 두 사람을 분장실에서 만났다.
사기 전과자 엄기준
“TV보다 무대 더 편해 어떤 삶이든 열심히 살아야” 젊은 도둑 김수로
“9년만에 고향 온 기분 고전의 힘 느낄 수 있을 것” “10년 안에 꼭 무대에 서려고 했어요. 제 주변에서도 영화보다는 연극 무대에 섰던 향기가 더 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았죠. 9년 만에 서 보니 정말 무대의 향이 짙고 좋더라고요. 커튼콜 때의 전율은 말 그대로 짜릿하죠.” 2000년 연극 <택시 드리벌> 이후 9년 만에 출연한 김씨는 “다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없던 에너지가 다시 생겨 계속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와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의 만능 연예인으로 인식되지만, 기실은 무대에서 배우의 길을 시작한 연극인 출신. 대학 시절 극단 목화에 들어가 <백마강 달밤에>(1994)를 시작으로 <택시 드리벌>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등 많은 연극에 출연했다.
엄기준씨의 무대 경력은 김씨보다도 화려하다. 지난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매력적인 까칠남 손규호로 스타가 되었지만 뮤지컬계의 원조 꽃미남 배우 출신이다. 지난해 연극 <미친 키스> 뒤 1년여 만에 돌아온 그는 “14년간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서 왔고, 드라마를 시작한 지도 2년이 채 안 되어 아직도 무대가 더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수로 형과 무언가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불러줘 고마울 뿐이다.”
고리키가 <밑바닥에서>를 썼던 1890년대 러시아는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 경제 공황 등으로 사회 밑바닥 빈민들이 급증하던 때였다. 도둑, 사기꾼, 알코올 중독자, 성공하고 싶어 하는 수리공 등의 극중 군상들은 어쩌면 2009년 한국의 ‘밑바닥’ 사람들과 너무도 닮았다. 이 작품이 100여 년을 뛰어넘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밑바닥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있고,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든 인간이므로 끝까지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엄기준)
“동시대에서는 덜 행복하고 덜 만족스럽더라도 미래의 나 자신과 나의 후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더 좋은 인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공감했다.”(김수로) 두 사람은 “고전의 힘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앞으로도 1년에 1~2편씩 꾸준히 무대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드라마, 뮤지컬 무대에서 계속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엄씨는 “알아보는 분이 많아질수록 무대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수로 형처럼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김씨에게도 이번 무대의 의미는 남다르다. 1997년 서울예술대 연극과를 졸업했다가 올해 동국대 공연예술학부에 다시 입학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극을 더 공부하고 싶고, 제대로 된 배우 훈련을 하고 싶었다”며 “좋은 정극, 좋은 고전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나서 김수로가 나오는 연극은 볼만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3월22일까지. (02)3444-0651.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TV보다 무대 더 편해 어떤 삶이든 열심히 살아야” 젊은 도둑 김수로
“9년만에 고향 온 기분 고전의 힘 느낄 수 있을 것” “10년 안에 꼭 무대에 서려고 했어요. 제 주변에서도 영화보다는 연극 무대에 섰던 향기가 더 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았죠. 9년 만에 서 보니 정말 무대의 향이 짙고 좋더라고요. 커튼콜 때의 전율은 말 그대로 짜릿하죠.” 2000년 연극 <택시 드리벌> 이후 9년 만에 출연한 김씨는 “다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없던 에너지가 다시 생겨 계속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와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의 만능 연예인으로 인식되지만, 기실은 무대에서 배우의 길을 시작한 연극인 출신. 대학 시절 극단 목화에 들어가 <백마강 달밤에>(1994)를 시작으로 <택시 드리벌>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등 많은 연극에 출연했다.
엄기준씨의 무대 경력은 김씨보다도 화려하다. 지난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매력적인 까칠남 손규호로 스타가 되었지만 뮤지컬계의 원조 꽃미남 배우 출신이다. 지난해 연극 <미친 키스> 뒤 1년여 만에 돌아온 그는 “14년간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서 왔고, 드라마를 시작한 지도 2년이 채 안 되어 아직도 무대가 더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수로 형과 무언가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불러줘 고마울 뿐이다.”
김수로·엄기준 ‘밑바닥에서’ 희망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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