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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타제석기의 투박한 손맛

등록 2009-02-17 18:38수정 2009-02-17 19:39

오채현 조각전
오채현 조각전
오채현 조각전
골짜기를 굴러내린 돌은 모가 깎이고 계곡물 부대끼며 무른 쪽이 갈려나가 강돌이 된다. 거기에는 누천년 간직한 형상이 둔탁하게 드러나 있다. 조각가 오채현씨의 작품 구상은 물길을 따라 떠나는 탐석 여행과 일치한다.

“탐석에서 스케치, 쪼기 등 모든 작업을 혼자서 해요. 인공을 최소화해 원래 형상을 최대한 살립니다. 원래 환조로 시작했는데 부조로 바뀌었어요. 입체에서 선으로 단순해지면서 이미지는 강해지죠.”

그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담겼다. 퉁방울눈, 넓적코, 초승달 입의 호랑이는 ‘이 빠진 할배’다. 강아지의 표정은 바보스럽고, 뭉툭한 부리의 새는 똑 초등학교 어린이가 그린 공룡이다.

그는 정, 납작끌 등 옛 도구를 즐겨 쓴다. 구석기 시대인들이 쓰던 타제 석기의 맛을 살려 손을 댄 듯 만 듯 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동그라미와 선으로만 되살려낸 최소한의 형상은 반구대 암각화 같은 느낌조차 든다. 지금은 투박한 맛을 아는 사람이 많지만 20년 전 서울 강남의 한 화랑에서 전시할 적에는 한 아주머니가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더란다.

뜬 듯 감은 듯 실눈의 부처상은 신라 막새기와 인물상의 미소를 닮았다. “경주 남산 돌부처를 보고 자랐지요. 하지만 저는 종교가 아닌 가장 아름다운 인간 모습을 추구합니다. 부처는 깨달은 자, 곧 이상적 인간상을 대변하죠.”

지금 이땅에 부처가 오신다면 삶에 지친 이들의 등을 토닥거리는 따뜻한 표정일 거라고 했다. 넥타이 맨 월급쟁이 아비도 어느덧 부처를 닮았다. 비행기, 자동차도 있다. 현대인에게 그것들은 구석기인의 네발 짐승 호랑이나 날짐승 새가 아니겠는가.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천진하다.

“대리석도 써 봤지만 곱고 물러 좋은 재료일 뿐, 자연적 생명도 이야기도 없더군요.” 즐겨 쓰는 돌은 입자 고운 경주의 화강암 강돌. 그의 손길이 머문 작품은 막흙으로 빚어 가마에서 막 구워낸 것처럼 은근한 온기가 묻어나온다. 오씨의 개인전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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