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정석, 양준모
스물아홉 살 동갑내기 뮤지컬 배우인 조정석, 양준모씨가 연극 도전에 나섰다.
지난 14일부터 서울 대학로 에스엠아트홀에 오른 2인극 <아일랜드>가 그 무대다. 금지된 시위에 참가했던 혐의로 감옥에 갇힌 두 장기수가 극한 상황 속에서 자유와 투쟁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연기가 주어진 몫이다.
17일 언론 시사회에서 새내기 연극배우 조정석(왼쪽)씨와 양준모(오른쪽)씨는 “첫 연극이라 서툴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예쁘게 보아달라”고 운을 뗐다.
“둘 다 뮤지컬로 데뷔했지만,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2년 전부터 임철형 연출가와 작품 이야기를 해 왔는데 일정에 쫓겨서 이제야 하게 됐어요. 연습 내내 행복했습니다.”
조씨는 “존이란 인물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예전 연극과 학창시절에 고생스럽게 연극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즐거웠다”며 “첫 연극이라서 그런지 어떤 공연보다 긴장되고 떨렸다”고 덧붙였다.
양씨도 “뮤지컬과는 달리 노래와 춤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기뻤다”며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까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뮤지컬로 돌아가더라도 그 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두 배우는 지난해 3월 뮤지컬 배우 출신 임철형(35)씨가 연출한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호흡을 맞췄다.
연극 <아일랜드>는 1974년 아돌 후가드와 존 카니, 윈스턴 쇼나 등 극작가 3명이 남아프리카 연방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이다. 섬의 감옥에 갇힌 두 장기수 존과 윈스턴이 노역과 구타에 시달리면서 밤마다 희랍극 <안티고네>를 연습해 교도소장과 죄수들 앞에서 선보이는 과정을 그렸다. 국내에서는 1977년 극단 실험극장이 윤호진 연출, 이승호·서인석 주연으로 처음 소개돼 당시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 상황과 맞물리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는 임철형 연출가가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박탈된 가까운 미래를 설정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진리와 본질을 추구하는 작품으로 원작을 각색했다. 특히 장기수 존과 윈스턴이 극중 극 <안티고네>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정의, 진실 등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임 연출가는 “연극이 줄 수 있는 사회성을 제대로 반영해 주는 배우의 멋진 모습이 나에게는 오랜 로망이었다”며 “관객들이 극중 극 <안티고네>을 지켜보며 법과 인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일랜드>는 악어컴퍼니의 명품연극 시리즈 세번째 작품으로 4월5일까지 공연된다. 02)764-876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악어컴퍼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