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작가 ‘딜런 그래함’
“이주민 신분으로서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낀 존재에 관한 사유를 담았다.”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네덜란드 작가 딜런 그래함(38)은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전지 크기의 아트지를 예리한 칼로 오려내면서 식민, 이주, 전쟁 등의 내용을 박아넣었다. 언뜻 보면 동화적인 내용일 법한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단두대와 잘린 목, 총과 칼, 전투기와 버섯구름 등이 들어있다. 정서적인 형식과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는 뉴질랜드 태생으로 고교 때까지 그곳에서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같은 교실에서 배웠다. 19살 때 네덜란드 여성과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네덜란드로 갔다. 증조부의 고국인 그곳에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었고 인류의 역사와 문화로 관심사를 넓히면서 이를 작품화해 왔다. 그가 주목한 것은 유대인 사진작가 예프게니 칼데이(1917~1997). 베를린에 진주하는 러시아 병사한테 깃발을 주어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든 뒤 찍은 다큐사진이 유명하다. ‘기록과 연출의 결합’으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점에서 두 작가는 빼닮았다.
무거운 주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채택한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종이.
종이가 주는 가벼운 느낌에다 오려내기 기법을 쓰면서 그의 작품은 동화적인 쾌활함과 감수성을 얻었다. 멕시코 전통 종이공예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보통 종이공예는 여러 겹 접어 오려내어 반복 문양을 만들어내는데,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이다. 그의 작품은 전지를 펼쳐놓고 이미지를 오려내는 탓에 반복은 없다.
하지만 오려내기 자체는 반복. 작품에서 보이는 장식적인 무늬와 함께 공예적인 요소에 속한다.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다. 그리고 공예와 아트 사이에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전통과 현재성의 기묘한 균형이다.
그럼 창의성은 어디에서 구현된다는 말인가. “반복이 곧 창의성다. 무수하게 반복하면 수도승처럼 몰입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 창의성이 스며든다. 삶은 반복이고 삶이 예술 아닌가.” 우문에 현답이었다.
그는 “이민자가 최소한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서는 2배 이상 노력해야 했다”면서 손끝을 통해 자신의 모든 삶과 혼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청담동 갤러리엠(02-544-8145)에서 4월18일까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민자가 최소한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서는 2배 이상 노력해야 했다”면서 손끝을 통해 자신의 모든 삶과 혼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청담동 갤러리엠(02-544-8145)에서 4월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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