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복 조각전
둥글넙적한 얼굴에 짙은 눈썹, 볼륨감 있는 코와 입. 조각가 김성복(45·성신여대 조소과 교수)씨는 자기 작품 <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 얼굴과 흡사하다. 4, 5년 전부터 시작한 <신화>시리즈는 상상 속 동물인 해치와 설화 속 호랑이와 도깨비의 형상을 뒤섞었다. 도깨비가 동물이 아니거니, 당연히 짬뽕동물의 귀는 동물이요, 눈·코·입은 인간이요, 몸통은 호랑이요, 꼬리는 도깨비용 방망이다. 송곳니가 있거나 없거나 듬성듬성한 이빨이 영낙없는 ‘이빨빠진 호랑이’인데, 웬걸, 몸통에 버금가는 꼬리의 힘은 빨딱 치솟으면서 끄트머리에서 울툭불툭 공처럼 맺혔다. 한눈에 봐도 남성의 상징으로 보인다. 작가는 일본의 귀신인 오니가 두려움의 대상인데 비해 우리의 도깨비는 해학적이라면서, 비록 송곳니가 드러나 있지만 초식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깨비 그 자체보다는 방망이에 더 관심이 있다고 했다. 작가의 엉뚱함은 또다른 신화 연작에서도 드러난다. 언뜻 보아 날개 펼친 박쥐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니 바바리맨에서 착상을 한 것이란다. 범죄적 행태를 영웅의 모습으로 치환해 본 것. 가랑이 사이의 그것이 어린이의 것처럼 귀엽다. 펼친 바바리는 우습게도 하트 모양인데, 날개 안쪽에 단청을 먹인 것도 있다. 근작인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는 동세가 강조된 인체상. 울끈불끈 근육질이 드러난 인체는 불끈 쥔 주먹, 땅을 딛은 발이 무척 크다. 앞뒤 발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 발이 땅에 들어붙은 것 같다. 삶은 사는 것이니, 아무러한 역경과 시련이라 딛고 나아가야 함을 상징했다고 한다. 작품들은 부분적인 세밀함보다는 전체적인 형세에 무게 중심이 있다. 작가는 설화 속에서 이미지를 차용했으며 금강역사상 등에서 보이는, 동세를 강조하는 불교 조각의 특징을 빌려왔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표현하려는 힘은 동물상에서는 꼬리에서, 인체상에서는 불뚝눈과 손발에서 드러난다. 서양교육을 받은 전통이 드러나는 형세가 그렇다는 거다. 그는 전뢰진 교수 밑에서 6년 동안 조교생활을 하면서 돌조각으로 출발했지만 브론즈도 함께 한다. 애초 돌조각을 위해 만든 모형이 아까워서 브론즈로 구웠는데 반응이 좋아서 작품으로 끌어들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브론즈보다 돌이 좋다. 돌은 쪼아내면서 그 속에 든 형상을 한번에 구해내는 맛이 있는데, 브론즈는 형상을 만들고 틀을 만들고 붓고 하는 비슷한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지치게 한다는 것.
작가는 2008년 이금희씨와 함께 청작미술상을 받았으며 3년 전 해태제과 앞 해태상을 만든 바 있다. 또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는 작품은 여의도의 한 건물 앞에 설치돼 있기도 하다. “요즘 들어 작품에 살이 붙어가요. 저처럼 말이죠.” 그는 그런데다 노안이 오면서 정도가 심해졌다고 했다. 그의 개인전은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17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02)549-3112.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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