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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움켜쥔 손, 일하는 손…손은 예술이고 빵이다

등록 2009-03-10 20:34

로이 피니 ‘점자 읽기’
로이 피니 ‘점자 읽기’
‘뷸 컬렉션: 말하는 손’ 전시회
인류 공통의 언어 손 사진·조각
컬렉터 헨리 뷸 15년간 수집
대림미술관서 140여점 순회전시

움켜쥔 손, 즉 주먹은 공격, 투쟁을 뜻할 뿐이다. 손은 폈을 때 비로소 다양한 표정과 의미를 지닌다. 약속, 기도, 축복, 환영, 명령, 거절, 절망, 갈구, 의심 등. 무엇보다 손은 노동 수단이다. 대상을 가공함으로써 빵으로 바꾸고 이를 입으로 가져간다. 도구를 잡으면 손의 쓰임새는 무한 확장된다. 붓은 시·서·화요, 총칼은 전쟁과 쿠데타다. 손은 인류 공통의 언어이자 도구로서 문화와 역사를 만든다. 사람들은 손바닥에서 미래의 운명을, 손등에서 지나온 세월을 읽기도 한다.

손의 이런 특징에 착목한 이가 바로 컬렉터 헨리 뷸(79)이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금융투자로 돈을 번 그는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골무 낀 손 사진을 구입하면서 손 사진으로 컬렉션을 특화해 지금껏 15년 동안 1000장 이상을 모았다. 최근에는 조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부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컬렉션 순회전은 물론 노숙자·빈민여성들의 직업 훈련·알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기획된 ‘뷸 컬렉션: 말하는 손’ 전시는 2004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처음 열린 뒤 스웨덴, 독일, 러시아를 순회했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02-720-0677)에서 5월24일까지 여는 한국전에는 사진 116점, 조각 32점이 전시된다.


로베르 두아노 ‘피카소의 빵’
로베르 두아노 ‘피카소의 빵’
전시작 중 주먹손은 딱 두 개. 권투 선수 조 루이스의 것과 옛 소련 선전 포스터인 <오늘날은 가동되고 있다>뿐이다. 나머지는 표정과 언어, 그리고 일하는 손이다. 로베르 두아노의 <피카소의 빵>(1952)이 가장 상징적이다. 식탁에 앉은 파블로 피카소. 빈 접시 옆에 두툼한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있다. 예술가의 손치고는 너무 둔탁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펼친 손 모양의 빵임이 드러난다. 손이 예술이자 빵이라는 의미를 유머스럽게 전달한다.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의 <장난감 수류탄을 든 아이>는 불편함을 준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2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노는 아이를 담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려는 다운증후군 아이의 표정과 그의 깡마른 손에 들린 수류탄에서 전쟁의 불안과 공포가 전달된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골무를 낀 손’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골무를 낀 손’
뷸 컬렉션은 유명인의 손이 많은 게 특징. 조 루이스, 피카소를 비롯해 프랑스 문인 장 콕토,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조각가 헨리 무어,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 재즈 연주가 마일스 데이비스 등은 설명문이 없어도 그들의 직업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이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낸 골딘, 안드레아 구르스키, 로버트 카파 등의 작품은 스타일로써 셔터를 누른 손을 판별할 수 있다.


사진 역사에 초점을 두고 보는 것도 재미다. 1840년 포토제닉 드로잉부터 초기의 다게로오타이프, 알부민, 플래티넘 프린트를 거쳐 최근의 젤라틴 프린트로 수렴되기까지 다양한 프린트의 사진이 선보인다. 또 달리는 말의 연속 동작을 처음으로 찍은 이드위어드 머이브리지의 작품, 최근 작품 사진 기법으로 되살아나는 포토그램(인화지에 피사체를 직접 놓고 빛을 쐬는 기법의 사진), 검프린트도 눈에 띈다. 조각으로는 루이스 부르주아, 피카소, 오귀스트 로댕이 있고 한국 작가로는 서도호, 노상균의 작업들이 포함돼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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