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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국가를 움직이는 노래의 조건

등록 2009-03-10 20:41

마빈 게이의 <와츠 고잉 온>(1971년)
마빈 게이의 <와츠 고잉 온>(1971년)
[세상을 바꾼 노래 58] 마빈 게이의 <와츠 고잉 온>(1971년)
2009년 벽두 미국 대중음악계의 관심은 설립 50주년을 맞은 모타운 레이블의 대대적인 기념 캠페인에 쏠렸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미국 최초의 흑인 소유 회사였던 모타운의 창립 기념식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취임식이 불과 8일 간격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한 1월20일은 모타운 역사상 최대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와츠 고잉 온’이 발매 38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기막힌 우연이었다. 흑인 음악의 혁신과 미국 역사의 혁명이 한 세대를 간격으로 나란히 섰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와츠 고잉 온’은 마빈 게이가 베트남 전쟁의 악몽을 경험한 병사의 시각으로 당대의 미국 사회를 돌아보며 던진 비탄의 화두였다. 참전 군인이었던 두 살 터울의 동생 프랭키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간접 경험한 마빈 게이는 노래를 통한 치유책을 떠올렸고 ‘와츠 고잉 온’을 만들었다. 거기에 게이 자신의 슬픔이 더해지면서 상승 작용을 이루었다. 음악적 동지였던 여가수 테미 터렐의 죽음이 가져온 개인적 상실을 트라우마 얼룩진 사회적 아픔으로 환기시키고 승화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비평가 데이브 마시는 “이 노래가 위대한 것은… 모든 면에서 격렬한 만큼이나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전쟁과 빈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면서도 사랑에 대한 확신”을 결코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만 장이 팔린 상업적 성공은 그런 인간적 온기에 대한 대중적 화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와츠 고잉 온’이 그토록 거대한 히트작이 되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모타운 레이블의 소유주 베리 고디는 발매 자체를 강력히 반대했다.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와츠 고잉 온’은 어느 모로 보나 당대 모타운의 기조와 맞지 않았다. 인권 운동이 가장 첨예하던 시절에도 백인들을 포섭하기 위한 달콤한 팝 싱글 제작에만 몰두했던 모타운의 성격에 비추어 이 노래는 지나치게 사회적이었고 너무나도 쟁점적이었던 것이다.

혁신은 갈등 속에서 탄생했다. 베리 고디의 매제이자 ‘모타운의 왕자’로 불렸던 마빈 게이는 “노래를 발매하지 못하게 한다면 향후 모타운의 어떤 작품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까지 불사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그 결과 게이는 베리 고디의 입김을 차단하고 앨범 제작의 전권을 쟁취한 모타운 최초의 뮤지션이 되었다. 레이블의 동료이자 후배들인 스티비 원더와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아티스트적 자의식의 모범을 제시했던 것이다.

‘와츠 고잉 온’은 모든 면에서 전환점이었다. 의욕을 잃고 방황하던 마빈 게이 자신의 좌표 수정은 물론이고, 60년대 후반 이후 침체 상태에 있었던 모타운 레이블의 방향 전환과, 사회적 소통수단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던 흑인 음악계의 궤도 설정에 공히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솔 음악의 토대 위에 라틴 리듬과 재즈 어법, 클래시컬한 현악 세션을 결합한 독창적 사운드, “비로소 노래하는 법을 배웠다”고 토로한 마빈 게이의 원숙한 창법 또한 그 수정된 좌표 위에서 나타난 새로움이었다.

박은석/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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