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학의 리어왕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늙고 나약한 리어왕이 세 딸에게 자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시험하면서 비롯된 인간의 부질없는 집착과 욕망, 그리고 파멸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비극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서도 특히 그 비극의 강도가 첨예하고 가장 극적인 얼개를 이루고 있어 셰익스피어시대 이래로 자주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극단 미학(대표 정일성)과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가 이 셰익스피어의 최대 비극을 잇달아 무대에 올렸다.
극단 미학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리어왕>은 치열한 연극정신으로 고품격 대형무대를 선보여온 이 극단이 <햄릿>과 <맥베스>, <오셀로> 공연에서 이어지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프로젝트’의 완결공연.
정일성 대표가 연출을 맡고 홍유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가 제작과 예술감독에 참여해 신정옥 명지대 영문과 명예교수의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무대로 꾸몄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태어날 때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나온” 인간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고통과 인내, 악행과 역정, 사랑과 진실, 그리고 죽음과 허무의 요소들을 극대화했다. 부모자식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리어왕의 비극을 배출구로 삼아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배반과 증오, 질투, 이기심, 권력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파멸 등을 고통스럽게 끄집어낸다. 또한 그런 인간들의 비극을 통해 절대자인 신의 섭리마저 느끼게 만든다.
정일성씨는 “비관적인 세계관을 잔인한 고통의 현실에 비춘 비극적 체험을 통해 실존의 문제를 깊고 다양한 형식으로 표출하려 했다”고 밝혔다. 장우진(리어왕 역)과 장설하(리이건), 나성아(거너릴), 김태인(코오딜리어), 이돈용(글로스터), 강경덕(애드먼드), 곽인호(오즈월드), 이창호(올버니), 오상화(켄트), 김동일(콘월), 최익준(에드거)씨 등 극단의 간판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02)571-1727.
극단 미추의 <리어왕>은 이병훈 연출가가 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려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아르코예술극장과 공동기획공연으로 13일부터 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린다.
원작에 충실하면서 현재 우리 시대 상황과 어떻게 일치하고 대비되는지를 재조명해서 한국적인 정서가 깊이 담긴 현대적인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원작이 품고 있는 수많은 주제와 사건 등을 과감하게 생략, 압축하고 그 안에서 상상을 극대화해 풀어내는 방식을 선보인다. 특히 자기 내면의 소리와의 싸움을 격렬한 자연현상으로 상징해 보이는 폭풍우 장면 등이 대표적인 예. 이병훈 연출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와의 유사성을 찾아 작품 속에 담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무대미술가 박동우 중앙대 연극과 교수가 조선시대 누각인 경회루를 응용한 무대디자인을 통해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광대’와 같은 존재로서의 인간 군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대조명 디자이너 김창기 극동대 연극학과 교수와 작곡가 김철환씨, 의상 디자이너 이유숙씨 등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정태화(리어왕), 최용진(콘월), 서이숙(거너릴), 조정근(켄트) 등 간판배우를 비롯해 황연희, 장항석, 함건수, 김현웅, 정나진, 김정환, 이강미, 장덕주, 백수정씨 등 내공 깊은 극단 미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감상할 기회이다. (02)747-516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정일성씨는 “비관적인 세계관을 잔인한 고통의 현실에 비춘 비극적 체험을 통해 실존의 문제를 깊고 다양한 형식으로 표출하려 했다”고 밝혔다. 장우진(리어왕 역)과 장설하(리이건), 나성아(거너릴), 김태인(코오딜리어), 이돈용(글로스터), 강경덕(애드먼드), 곽인호(오즈월드), 이창호(올버니), 오상화(켄트), 김동일(콘월), 최익준(에드거)씨 등 극단의 간판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02)571-1727.
극단 미추의 리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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