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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미발표 200곡중 10곡 골라 ‘음악 이력서’ 썼어요

등록 2009-03-17 20:45

이한철(36)
이한철(36)
새 앨범 ‘순간의 기록’ 낸 이한철
“펑크부터 라틴, 어쿠스틱 팝까지
지금껏 해온 음악들 완성도 높여
늙어 죽을 때까지 활동하고파”
어느새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한철(36)이 1994년 제18회 대학가요제에서 ‘껍질을 깨고’란 범상치 않은 노래로 대상을 차지한 지도. 지금의 대학가요제 위상과는 달리 그때는 수상을 하면 음반 제작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가수가 되고 싶어 가요제에 나갔지만, 수상 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제의가 들어오자 그는 오히려 방어적으로 되었다고 했다.

“‘이거 왜 이러지?’ 하면서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나게 되더라구요. 상 받고서는 그냥 대구로 내려가서 다시 학교 다니고 거기서 같이 밴드 하던 친구들하고 클럽 공연 다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이듬해 제작자가 대구까지 찾아와 설득하는 바람에 솔로 앨범 제작을 하게 됐죠.”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데뷔 앨범 <데뷔>(1995)를 발표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1997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 <되는 건 되는 거야!> 역시 음악적으로는 인정을 받았으나 시장에서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15년 음악 인생 가운데 가장 힘든 시간이었고, 가수에 대한 회의가 컸던 시기였다.

“마음을 많이 비워냈었어요. ‘난 가수 하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도 많이 했었고. 그때 다른 뮤지션들 공연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곤 했었는데 ‘나한테 주어진 몫은 이게 전부 아닐까’ 하는 약간의 체념기를 보냈었죠.”

이후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가 문라이즈라는 자신의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큰 자본에 기대지 않고도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자신의 레이블 ‘튜브앰프’를 설립했고 ‘불독맨션’이란 팀을 결성해 대중에게 점차 자기 음악을 알려 나갔다. 2006년 ‘국민가요’ 수준으로 등극한 노래 ‘슈퍼스타’를 통해 ‘대중가수’로서의 인기도 실감했다.

이번에 발표한 <순간의 기록>은 지난 15년간 이한철의 모든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자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자축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에는 그가 지금껏 해 왔던 모든 음악들이 농축돼 있다. 솔로 시절의 펑크 음악부터 불독맨션 시절의 라틴 음악들, 그리고 ‘슈퍼스타’로 대표되는 어쿠스틱 팝까지 거의 모든 음악 이력을 나열하고 있다.

“만들고 나서 발표하지 않은 노래들만 200곡이 넘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특정 장르를 하기보다는 큰 범위의 주제를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곡들을 넣자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10곡을 골랐어요. 선곡 과정에서 ‘순간의 기록’이란 테마에 맞추다 보니 여러 장르의 음악이 들어가게 된 거죠.”


그동안 이한철이 해 온 익숙한 음악들이 포진한 앨범을 두고 너무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려왔다. 이 점을 지적하자, 그 역시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며 수긍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앨범 곡들은 내가 갖고 있는 레퍼런스 안에서 다 나온 거거든요. 대신 각각의 곡들의 완성도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15년 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질문을 던지자마자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특히 2007년 이 상의 제4회 시상식에서 ‘슈퍼스타’로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했던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고 한다.

그런 짜릿한 순간들을 위해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는 “데뷔 10주년 때는 서울 홍익대 앞 쌈지 스페이스 클럽에서, 15주년 때는 서울 강남 백암아트홀에서 기념공연을 했으니, 20주년 무대는 디너쇼가 어떻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튜브앰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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