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그림이 얼마나 힘드는 줄 아는가.”
25일부터 서울 견지동 동산방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국화가 오용길(63·이화여대 교수)씨는 당당하다. 1946년생. 박대성, 황창배씨 등과 함께 이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그는 1980년대 초 인물에서 풍경으로 소재를 바꿨다. 몇 획으로 썩썩 그려내는 게 아니라 설경 그림 넷과 공력이 맞먹는다는 꽃 그림이 주종이다. 이번에는 개나리, 진달래, 산벚꽃 흐드러진 봄 풍경이다. “실험은 누구나 하는 것”이라는 오씨는 “지-필-묵 한국화는 수십년 인고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실력이 금세 드러난다”고 했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교수 작가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화단 어른들’ 총애를 받아 선미술상 등 주요 미술상의 첫 회 단골 수상자로도 이름났다. 그래서 그림에 그림자가 없다. 고루한 전통에서 벗어나 자칫 치졸할 수 있는 색채를 마음대로 구사한다. 짙은 갈필의 큰 나무 둥치와 중간 먹 줄기가 분명하고 노랑, 분홍, 빨강으로 농담을 달리하며 툭툭 봄기운을 찍어낸다. 4월7일까지. (02)733-5877.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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