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웬 애니메이션?
‘크로스애니메이트’전
‘움직이는 그림’ 눈길
‘움직이는 그림’ 눈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축제가 열린다. 움직이는 그림으로 영역을 넓힌 미술작가나 회화적 작품성을 추구한 애니메이션 감독 등 22명의 영상 작품을 모았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크로스애니메이트’다. 짧게는 32초, 길게는 10분30초로 모두 합치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일반 상영시간보다 긴 2시간이다.
애니메이션은 연속된 그림으로써 눈의 잔상 효과를 이용해 구현하는 ‘움직이는 그림’. 실사 영화와 달리 표현의 한계가 거의 없어 창의적인 작가들한테는 즐거운 놀잇감이 된다.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현대 미술작가들이 상당히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전시는 관습적인 이야기 구조를 해체한 내러티브 애니메이션과 선·색채·음악을 통한 이미지 전환에 무게를 둔 애니메이션, 투디(2D), 스리디(3D) 등의 입체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출품작은 국제비엔날레나 안시, 오타와, 자그레브 등의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검증된 작품들이다.
미술관 ‘상영’인 만큼 미술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넓힌 현대 작가들 작품이 중심. 전준호, 릴릴, 문경원, 김신일, 유근택, 김한나(이상 한국), 윌리엄 켄트리지(남아공), 부 후아(중국), 트로마라마(인도네시아), 시모네 마시(이탈리아) 등이 이에 속한다. 드로잉, 판화, 수묵, 손톱 그림 등이 바탕이 된 만큼 회화적 느낌이 강하다. 이광훈, 션 킴(이상 한국), 이토 존+아오키 료코(일본), 블루(이탈리아), 라스코 시릭(이탈리아) 등은 ‘제멋대로’ 초현실·무의식 세계를 넘나든다. 좋게 말하면 영역의 확장이요, 험하게 말하면 수준 미달의 단편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에릭 오, 김준기, 임아론, 장형윤(이상 한국), 로라 느보넨(핀란드)은 줄거리를 지닌 단편영화를 내놓았다. 작품성이 뛰어나며, 움직이는 그림과 경계가 모호한 특징을 지닌 6분~10분짜리들이다. 이 가운데 윌리엄 켄트리지, 부 후아, 션 킴 등은 국제비엔날레를 비롯한 현대미술 전시에 참여하는 동시에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도 출품한 ‘이종교배’ 작가들이다.
2일부터 5월10일까지. 입장료 3천원(초중고생 2천원). (02)547-0866.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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