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비욘드’ 한국공연 앞둔 ‘무용계 전설’ 에미오 그레코
‘헬’ ‘비욘드’ 한국공연 앞둔
‘무용계 전설’ 에미오 그레코
‘무용계 전설’ 에미오 그레코
몸에 대한 질문으로 모든 작업 시작하죠
세계초연작 ‘비욘드’ 소통한계 넘는 꿈 꿔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와 그의 무용단(EG|PC)이 한국에서 그들의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무대를 꾸민다. 그는 오는 4~5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대표작 <헬>(지옥)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1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신작 <비욘드>를 세계 초연한다. 성남문화재단과 페스티벌 봄의 초청무대이다. 에미오 그레코는 몸이 기억하는 메시지를 찾는 작업에 탁월한 안무가이다. 그의 무용단은 2004년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최고 무용단으로 뽑혔으며, 에든버러 비평가상과 필립모리스 예술상, 네덜란드 최고 안무가상 등 유럽의 주요 안무가 상들을 휩쓸었다. 2003년 <더블 포인츠>, 2004년 <암흑의 교점>으로 한국 무대에도 낯익은 그를 성남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레코는 “우리의 모든 작업은 몸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면서 “종종 메시지보다 이런 질문들이 다른 질문들로 이끌어 간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몸의 움직임 자체가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기에 충분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의 춤을 두고 현대무용평론가는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절지동물의 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헬>은 에미오 그레코가 1995년부터 함께 작업해 온 네덜란드 연극 연출가 피터 숄튼과 함께 단테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4부작 중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2007년 ‘유럽 비평가와 프로듀서가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도 선정된 이 작품은 8명의 무용수가 디스코, 팝,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지옥에 공존하는 다양한 것을 표현한다. “<지옥>은 시적인 소설 또는 소설적인 시입니다. 과정과 단절,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여행, 종으로 횡으로 떨어지는 모든 힘을 다룹니다. 이 작품은 6개의 전형적인 몸의 현존과 추락의 감각과 의미를 보여줍니다.”
그레코는 “무용극인 <헬>의 구성은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는 신곡의 구조를 빌려왔다”면서 “기본 개념은 6개의 특징적인 신체와 가라앉음의 느낌과 의미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난해한 이 작품에서 지옥은 천국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미지의 영역이 안겨 주는 다양한 의미와 고민을 알몸의 무용수들이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레코는 “모든 이를 수용하는 지옥이 오히려 창조적이고 희망적일 수 있는 반면 선택받은 자만 수용하는 천국은 지루할 수 있다는 모순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체는 의상이라는 구체적인 층과 추상적인 내용-의미의 층을 벗겨낸 결과”라고 말했다. 세계 초연작인 <비욘드>는 무용과 뉴미디어가 결합한 얼개로 한국과 네덜란드,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남자 무용수를 각각 2명씩 오디션으로 선발해 주역 무용수로 세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맞는 배역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속적인 공동작업과 일본의 부토, 미디어설치, 움직임 등에 관한 워크숍의 결과물을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 간의 소통을 통해 몸과 기억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각기 다른 몸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무용수 각자의 기억과 개성은 이 과정의 원천이자 재료가 된다. 따라서 <비욘드>는 전통과 혁신, 동양과 서양, 몸과 정신의 교접을 통해 소통의 한계들을 넘는(비욘드) 예술의 영역을 꿈꾸는 작품이다. “여러 문화의 결합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 이상의, 몸에 대한 질문이 <비욘드>를 움직입니다. 맥락 안에서의 몸이죠. 역사, 문화의 영향 아래 몸은 정체성을 찾고 있고 동시에 이 정체성 너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레코는 “몸에 대한 메시지는 매우 야심만만할 수 있고 무언가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때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고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이번 공연은 ‘비욘드 프로젝트’ 첫 장의 결론에 해당하며 그 프로젝트는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비욘드>는 퓨전이 아니라 우리의 독창적 작업이며 기존의 무용 언어와 맞서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만들어가는 신체적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헬>과 <비욘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묻자 “몸의 언어는 합리적 관점으로 완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라는 말 자체도 전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춤은 인식돼야 하는 무언가이다”고 덧붙였다. “우리 공연은 관객에게는 매우 강렬할 수 있는데 여러 수준에서 몸의 신체성을 완화시키기 때문이죠. 공연을 관람하는 흥미로운 방법은 감각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집중하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다음날 공연을 통해 정신이 자극을 받아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분석해 보는 겁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그는 “우리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서울에서 공연을 가지면서 이곳의 문화적 인프라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대학에서의 워크숍에서 훌륭한 무용수들과 만났다”며 “서울 방문은 항상 즐거움이고 한국 음식과 영감을 주는 서울이라는 미친 듯 혼란스러운 도시를 사랑한다”고 밝게 웃었다. <비욘드>의 한국 공연에서는 무대 디자인을 한국 건축가 조민석씨가 맡아 관심을 끈다. 그는 헤이리의 ‘딸기 테마파크’와 서울시 신청사를 설계한 건축가다. <비욘드>는 한국 공연 이후 파리 시립극장, 비엔나 임펄스 탄즈 페스티벌, 네덜란드 오페라 하우스 등에서도 선보여 질 예정이다. 에미오 그레코는 카바레 댄서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발레에 뛰어든 입지전적 인물이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안무가 얀 파브르에게 발탁된 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타고난 리듬감으로 표출하는 독특한 무용으로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1995년 네덜란드 연극 연출가 피터 숄튼과 만나 새로운 무용 형태를 위해 공동 연구 작업을 해왔고 이듬해 ‘EG|PC’ 무용단을 공동 설립하고 ‘몸의 언어’를 개척해왔다. (031)783-800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성남문화재단 제공
세계초연작 ‘비욘드’ 소통한계 넘는 꿈 꿔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와 그의 무용단(EG|PC)이 한국에서 그들의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무대를 꾸민다. 그는 오는 4~5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대표작 <헬>(지옥)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1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신작 <비욘드>를 세계 초연한다. 성남문화재단과 페스티벌 봄의 초청무대이다. 에미오 그레코는 몸이 기억하는 메시지를 찾는 작업에 탁월한 안무가이다. 그의 무용단은 2004년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최고 무용단으로 뽑혔으며, 에든버러 비평가상과 필립모리스 예술상, 네덜란드 최고 안무가상 등 유럽의 주요 안무가 상들을 휩쓸었다. 2003년 <더블 포인츠>, 2004년 <암흑의 교점>으로 한국 무대에도 낯익은 그를 성남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레코는 “우리의 모든 작업은 몸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면서 “종종 메시지보다 이런 질문들이 다른 질문들로 이끌어 간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몸의 움직임 자체가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기에 충분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의 춤을 두고 현대무용평론가는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절지동물의 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헬>은 에미오 그레코가 1995년부터 함께 작업해 온 네덜란드 연극 연출가 피터 숄튼과 함께 단테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4부작 중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2007년 ‘유럽 비평가와 프로듀서가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도 선정된 이 작품은 8명의 무용수가 디스코, 팝,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지옥에 공존하는 다양한 것을 표현한다. “<지옥>은 시적인 소설 또는 소설적인 시입니다. 과정과 단절,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여행, 종으로 횡으로 떨어지는 모든 힘을 다룹니다. 이 작품은 6개의 전형적인 몸의 현존과 추락의 감각과 의미를 보여줍니다.”
그레코는 “무용극인 <헬>의 구성은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는 신곡의 구조를 빌려왔다”면서 “기본 개념은 6개의 특징적인 신체와 가라앉음의 느낌과 의미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난해한 이 작품에서 지옥은 천국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미지의 영역이 안겨 주는 다양한 의미와 고민을 알몸의 무용수들이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레코는 “모든 이를 수용하는 지옥이 오히려 창조적이고 희망적일 수 있는 반면 선택받은 자만 수용하는 천국은 지루할 수 있다는 모순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체는 의상이라는 구체적인 층과 추상적인 내용-의미의 층을 벗겨낸 결과”라고 말했다. 세계 초연작인 <비욘드>는 무용과 뉴미디어가 결합한 얼개로 한국과 네덜란드,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남자 무용수를 각각 2명씩 오디션으로 선발해 주역 무용수로 세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맞는 배역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속적인 공동작업과 일본의 부토, 미디어설치, 움직임 등에 관한 워크숍의 결과물을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 간의 소통을 통해 몸과 기억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각기 다른 몸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무용수 각자의 기억과 개성은 이 과정의 원천이자 재료가 된다. 따라서 <비욘드>는 전통과 혁신, 동양과 서양, 몸과 정신의 교접을 통해 소통의 한계들을 넘는(비욘드) 예술의 영역을 꿈꾸는 작품이다. “여러 문화의 결합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 이상의, 몸에 대한 질문이 <비욘드>를 움직입니다. 맥락 안에서의 몸이죠. 역사, 문화의 영향 아래 몸은 정체성을 찾고 있고 동시에 이 정체성 너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레코는 “몸에 대한 메시지는 매우 야심만만할 수 있고 무언가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때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고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이번 공연은 ‘비욘드 프로젝트’ 첫 장의 결론에 해당하며 그 프로젝트는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비욘드>는 퓨전이 아니라 우리의 독창적 작업이며 기존의 무용 언어와 맞서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만들어가는 신체적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헬>과 <비욘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묻자 “몸의 언어는 합리적 관점으로 완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라는 말 자체도 전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춤은 인식돼야 하는 무언가이다”고 덧붙였다. “우리 공연은 관객에게는 매우 강렬할 수 있는데 여러 수준에서 몸의 신체성을 완화시키기 때문이죠. 공연을 관람하는 흥미로운 방법은 감각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집중하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다음날 공연을 통해 정신이 자극을 받아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분석해 보는 겁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그는 “우리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서울에서 공연을 가지면서 이곳의 문화적 인프라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대학에서의 워크숍에서 훌륭한 무용수들과 만났다”며 “서울 방문은 항상 즐거움이고 한국 음식과 영감을 주는 서울이라는 미친 듯 혼란스러운 도시를 사랑한다”고 밝게 웃었다. <비욘드>의 한국 공연에서는 무대 디자인을 한국 건축가 조민석씨가 맡아 관심을 끈다. 그는 헤이리의 ‘딸기 테마파크’와 서울시 신청사를 설계한 건축가다. <비욘드>는 한국 공연 이후 파리 시립극장, 비엔나 임펄스 탄즈 페스티벌, 네덜란드 오페라 하우스 등에서도 선보여 질 예정이다. 에미오 그레코는 카바레 댄서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발레에 뛰어든 입지전적 인물이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안무가 얀 파브르에게 발탁된 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타고난 리듬감으로 표출하는 독특한 무용으로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1995년 네덜란드 연극 연출가 피터 숄튼과 만나 새로운 무용 형태를 위해 공동 연구 작업을 해왔고 이듬해 ‘EG|PC’ 무용단을 공동 설립하고 ‘몸의 언어’를 개척해왔다. (031)783-800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성남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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