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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전통과 현대성의 용광로’ 인도를 빚다

등록 2009-04-09 18:49수정 2009-04-09 20:58

바르티 케르 ‘피부는 자신의 언어가 아닌 것을 말한다’
바르티 케르 ‘피부는 자신의 언어가 아닌 것을 말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인도현대미술-세 번째 눈을 떠라’
회화·뉴미디어 등 110점 전시
남루한 현실속 역동성 표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은 17일부터 기획전 ‘인도현대미술-세 번째 눈을 떠라’를 연다. 회화, 조각, 설치, 뉴미디어 등에 걸친 인도 현대작가 27명(팀)의 작품 110여점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7명을 빼면 모두 30~40대 젊은이들이며 작품 역시 1990년대 이후부터 2008년까지 제작된 최신작들이다. 5~6년 전부터 인도 붐과 함께 이따금 소개되기는 했어도 이처럼 젊은 작가들 위주로 초현대 작품들이 대규모로 국내에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말까지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가자! 인도: 인도미술의 신기원’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꾼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전시공간 ‘팔레 드 도쿄’의 수석 큐레이터인 미키 아키코가 3년 동안 준비했던 기획전으로 인도 현대미술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준 전시로 평가받는다. 일종의 패키지 전시지만 모리미술관과 계약이 끝난 인도 작가들을 일대일 접촉해 한국 전시를 성사시키면서 인도 쪽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미술관 쪽은 설명했다.

작가들은 출품작에서 인도의 역사와 현실을 사실적으로 가차 없이 보여준다. 동시에 문화적 전통을 함축한 깊이감과 슬픔이 깃든 정서 또한 드러낸다.


투크랄 & 타그라 ‘팬텀 IX-B’
투크랄 & 타그라 ‘팬텀 IX-B’
수보드 굽타는 과거 인도의 유력한 교통수단이었다가 사라진 옛 오토바이 기종 ‘뷸렛’을 재현한 설치 작품을 들고 왔다.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제로 들어와 독립 뒤 인도제로 현지 생산되면서 더욱 인기를 끈 이 오토바이를 통해 식민지 시절의 기억과 급속한 근대화 등의 인도 현대사를 정색하고 바라본다. 이에 반해 투샤르 조아그는 글과 도면이 뒤섞인 상상 프로젝트 <유니셀 연작>에서 콩나물 통근열차, 노점상 문제 등에 대해 유머스런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사회문제를 끄집어낸다. 동물, 인간의 뼈로 자동차를 만들어 뭄바이에서 발생한 근본주의 테러를 이야기하는 지티쉬 칼라트는 1루피가 없어도 그만인 사람과 그 때문에 자살한 여학생의 사연 등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도 소재로 ‘찜’ 한다. 인도-파키스탄 국경 분쟁과 희생자들(레나 사이니 칼라트), 전통과 현대가 혼재한 인도의 현실(바르티 케르), 남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성의 신분 문제(푸쉬파말라) 등도 끌어들인다.

이들 작품이 동시에 전하는 것은 긍정의 힘. 위안 순다람이 엄청난 쓰레기로 만들어낸 도시 모형은 인도의 남루한 현실과 함께 그 안에 든 웅장한 스케일을 전하고, 지지 스카리아는 한밤중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암시한다. 인도 작가들은 기억과 인식 등의 형이상학적 주제도 자연스럽게 다루는 게 특징이다. 실파 굽타는 100명이 기억에 근거해 그린 다양한 인도 지도를 보여주면서 단일한 의식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 것인지를 말한다. 저스틴 폰마니의 사진도 그렇다. 사람의 머리를 지구의 전개도처럼 펼쳐 보이면서 사람을 향한 장악력과 분석력의 무자비함을 느끼게 한다. N. S. 하르샤는 열 개의 의자에 미술관 직원을 앉혀 관람객이 그들을 보게 함으로써 보고 보이는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구질구질한 가운데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고, 삶의 기쁨과 슬픔이 함께 느껴지는 인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전시를 준비한 김남인 학예사는 이번 전시장을 돌아보면 인도 여행을 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6월7일까지 . 입장료 5000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도판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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