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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림이 된 그리움, 그리움이 된 그림

등록 2009-04-14 19:22

‘봄을 위한 아다지오’ 전
‘봄을 위한 아다지오’ 전
공시내·남홍·김계완 등 작품 전시
그리움이 극에 이르면 그림이 되는가.

‘봄을 위한 아다지오’ 전(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6월7일까지)의 작가 공시내씨는 죽은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초를 꽂은 케이크 그림과 그 앞에 놓인 라이터로 표현했던 작가. 그에게 아직 계절은 오지 않은 듯 봄을 위한 아다지오를 부른다.

집과 나무와 말과 섬이 있지만 그것은 탁자 위에 놓인 정물이고, 창문과 하늘과 별이 있지만 그것은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입체와 평면은 놓인 근본이 달라 서로를 코앞에 두어도 결코 이를 수 없다. 닿고자 하는 간절함은 탁자와 그림 사이에 놓인 사다리로 나타난다. 하지만 가로 막대는 모두 부러져 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탁자에서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작가는 작은 오브제를 조몰락조몰락 만들어 탁자 위에 차려놓고, 벽에는 창문과 하늘과 별을 그려 붙인 다음 그림으로 그린다. 각각의 정물은 그에 대응하는 관념만 존재할 뿐 생명이 없다. 따라서 그림 속에 바람과 소리가 없어 고요하고 꽃이 피고 지지 않아 계절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는 2차원도, 3차원도 아닌 4차원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리움. (041)551-5100~1.


남홍씨의 작품전
남홍씨의 작품전
남홍씨의 작품전(서울 통의동 진화랑, 30일까지)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다는 나비 그림으로 그득하다. 28년 전 집안의 반대를 피해 프랑스로 사랑 도피를 했던 8남매 가운데 일곱째는 10살 손위 언니가 췌장암으로 숨졌을 때 비로소 작가가 됐다. 갓난아이 적 윗목에 버려진 자신을 우유 먹여 키워냈다는 언니는 엄마와 다르지 않았던 것. 땅에 묻혀 언니는 장엄한 산이 되었고 남씨의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 작가 역시 저승의 빛깔 꽃분홍이 난만한 가운데 스스로 나비가 되어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남들이 작품을 보고 부조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수밖에. 2차원이든 3차원이든 무슨 상관인가. 그곳에서 자매가 상봉하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그것이 어찌 한번의 생각처럼 쉬운가. 작가는 한지를 태워 나비를 만들어 붙이고, 깡통을 오려 붙이고 해도 그곳에 이를 수 없어 자꾸 반복할 따름이다. 흰 물감을 개어 붙인 수없는 나비들은 퍼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02)738-7570.


김계완씨의 개인전
김계완씨의 개인전
김계완씨의 개인전(서울 강남구 신사동 필립강 갤러리, 30일까지)에서 선보이는 <베토벤 시리즈>는 소리를 그림으로 치환하기. 지난한 붓놀림으로 차원을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베토벤 석고상을 자글자글 구겨진 알루미늄 포일로 싼 다음 주변 물건과 조명으로써 원하는 베토벤을 만들어 화폭에 옮긴다. 청각 장애를 딛고서 음악가로 남았던 악성은 때로 붉은 열정이 가득하고 때로는 푸른색 고뇌로 가득하다. 엄청난 세필 작업이 필요한 터, 한 달 한 작품밖에 그리지 못하는 작가한테 황제, 운명, 전원 등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각양각색의 베토벤은 아직 무리인지 모른다. (02)517-9014~5.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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