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리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
지난 9~10일 열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서울 세종문화회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의 고색창연한 음색과 살아 있는 전통의 현대화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2년 전 악단 수장이 된 파비오 루이시는 핵심을 꿰뚫는 해석으로 개운한 뒷맛을 남겼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별명은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라’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가운데 아홉 곡이 이 악단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제외한 두 번의 연주가 모두 슈트라우스의 관현악곡으로 짜여졌다는 점이 내한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했다. 피아니스트와 오페라 지휘자로 활약했던 루이시는 이탈리아인의 밝은 에너지로 단원들의 연주에 자연스런 자발성을 불어넣었다. 첫날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는 이런 적극성과 지휘자의 긴장감 있는 해석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화려한 질감과 세련된 뉘앙스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구석구석 정리된 앙상블 역시 믿음직스러웠다.
표제음악을 다루지만 표현에 과장이나 지나친 설득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둘째 날 첫 곡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은 14세기께 실존 인물의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루이시의 해석은 중용의 템포 아래 음표 자체에 충실했다. 경쾌함과 유려함을 순식간에 오가는 악단의 순발력도 뛰어났으며,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 음향을 입체적으로 조합시키는 흥미로움이 듣는 이들을 이끌었다.
파이프 오르간과 교향악의 만남으로 흥미를 모은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절묘한 리듬감과 스케일 큰 해석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루이시의 힘 있는 박자 젓기(비팅)는 작품의 철학성을 난해하지 않게 설명해주었고, 마디마다 느껴지는 생동감은 그들이 연주하는 작품이 지금 살아 숨쉬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중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피아노 협연을 맡은 이매뉴얼 액스는 장기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 지적인 컨트롤과 우아한 감성을 내보였다. 둘째 날 슈트라우스의 <부를레스케>는 흔히 연주되지 않는 난해한 기교의 작품인데, 액스는 유창한 손놀림과 함께 작품 전체의 윤곽과 포인트를 정확히 집어내어 갈채를 이끌어냈다.
김주영/피아니스트,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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