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강인원(53)
암 이기고 음반 낸 강인원
자작곡 다시 부른 ‘강인원 79~09 리뉴얼’
‘비오는 날 수채화’ 등 섬세한 감성 듬뿍
“우리 또래 한물간 가수 취급 안타까워” “처음부터 음반내려고 모였던 건 아니고, 전인권네 삼청동 집 그 골방에서 매주 한두 번씩 만나서 워크숍 같은 걸 했어요. 서로 작사·작곡한 걸 들려주면서 ‘좋다, 나쁘다’ 얘기를 해줬어요. 그렇게 1년쯤 지나니까 음반을 내보자는 얘기도 나왔고, 각자 개성이 있으니 ‘따로 또 같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자고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가수 강인원(53)은 자신의 첫 시작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30년 전 아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렸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또래 가수들처럼 음악에 큰 뜻을 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 전까진 미술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지만 우연히 전인권, 이주원을 만나면서 ‘따로 또 같이’란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따로 또 같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룹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리더 이주원의 주도 아래 강인원, 나동민, 전인권이 함께 하며 포크 음악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들의 2집과 3집은 대중음악 명반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앨범들이다. 2집 앨범에서 아름다운 코러스를 도맡아 들려준 이가 강인원이었다. 하지만 2집을 낸 뒤 강인원은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나중 솔로곡으로 발표한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를 멤버들에게 들려줬는데 너무 상업적이란 반응들이 나왔어요. 대중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 음악이 그렇게 구속을 당하니까 좀 편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주원이 형에게 ‘이번엔 저 혼자 해볼게요’라고 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한 거죠.” 솔로 데뷔 뒤 그는 승승장구했다.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와 ‘영어선생님’을 히트시켰고, 작곡가로서도 민해경(그대 모습은 장미), 이상은(사랑해 사랑해)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입지를 단단히 했다. 김현식, 권인하와 함께한 ‘비오는 날 수채화’는 그 정점이었다. 그러나 “나서는 게 부담스럽고, 그냥 뒤에서 창작하는 게 좋았다”는 강인원은 <비오는 날 수채화>의 영화 음악 작업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영화음악에 매진했다. 대학 강의를 하며 자의 반 타의 반 조금씩 대중들에게서 잊혀진 이름이 돼갔다. 그리고 갑상샘암 투병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를 겪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이제 자신의 노래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새 앨범 <강인원 79~09 리뉴얼>은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제가 만든 노래가 150곡 정도 되는데 알려진 노래는 20곡 정도밖에 안 돼요. 노래들을 리뉴얼하면 얼마든지 신곡처럼 들려줄 수 있겠더라구요.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조금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들도 눈에 띄었구요. 처음 그 노래들을 만들었을 때의 의도와 감정을 떠올리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앨범에는 ‘비오는 날 수채화’, ‘사랑해 사랑해’, ‘사랑은 세상의 반’ 등의 자작곡들과 들국화의 노래로 유명한 ‘매일 그대와’,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등이 실렸다. 강인원 특유의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여전한 미성을 통해 전달된다. 이 음반은 강인원이 운영하는 사이트 삼삼오오 뮤직(www.3355music.com)을 통해 무료 제공된다. 강인원은 “제 음악을 아직도 기억해주는 팬들에게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제작했다”며 사이트에 자신의 노래에 얽힌 사연과 추억을 남긴 사람들에게 음반을 선물할 계획도 밝혔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한물간 가수’로 취급받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방송에서 다뤄주질 않으니까. 또 대중들은 그 가수들의 음악을 접해보지도 못하고 소 외당하잖아요. 일단은 저라도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분명히 들어줄 사람들이 있고,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활동을 안 하니까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름까지는 방송 위주로 활동하고, 가을엔 제 이름을 건 콘서트도 할 계획이에요.”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비오는 날 수채화’ 등 섬세한 감성 듬뿍
“우리 또래 한물간 가수 취급 안타까워” “처음부터 음반내려고 모였던 건 아니고, 전인권네 삼청동 집 그 골방에서 매주 한두 번씩 만나서 워크숍 같은 걸 했어요. 서로 작사·작곡한 걸 들려주면서 ‘좋다, 나쁘다’ 얘기를 해줬어요. 그렇게 1년쯤 지나니까 음반을 내보자는 얘기도 나왔고, 각자 개성이 있으니 ‘따로 또 같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자고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가수 강인원(53)은 자신의 첫 시작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30년 전 아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렸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또래 가수들처럼 음악에 큰 뜻을 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 전까진 미술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지만 우연히 전인권, 이주원을 만나면서 ‘따로 또 같이’란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따로 또 같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룹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리더 이주원의 주도 아래 강인원, 나동민, 전인권이 함께 하며 포크 음악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들의 2집과 3집은 대중음악 명반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앨범들이다. 2집 앨범에서 아름다운 코러스를 도맡아 들려준 이가 강인원이었다. 하지만 2집을 낸 뒤 강인원은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나중 솔로곡으로 발표한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를 멤버들에게 들려줬는데 너무 상업적이란 반응들이 나왔어요. 대중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 음악이 그렇게 구속을 당하니까 좀 편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주원이 형에게 ‘이번엔 저 혼자 해볼게요’라고 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한 거죠.” 솔로 데뷔 뒤 그는 승승장구했다.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와 ‘영어선생님’을 히트시켰고, 작곡가로서도 민해경(그대 모습은 장미), 이상은(사랑해 사랑해)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입지를 단단히 했다. 김현식, 권인하와 함께한 ‘비오는 날 수채화’는 그 정점이었다. 그러나 “나서는 게 부담스럽고, 그냥 뒤에서 창작하는 게 좋았다”는 강인원은 <비오는 날 수채화>의 영화 음악 작업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영화음악에 매진했다. 대학 강의를 하며 자의 반 타의 반 조금씩 대중들에게서 잊혀진 이름이 돼갔다. 그리고 갑상샘암 투병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를 겪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이제 자신의 노래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새 앨범 <강인원 79~09 리뉴얼>은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제가 만든 노래가 150곡 정도 되는데 알려진 노래는 20곡 정도밖에 안 돼요. 노래들을 리뉴얼하면 얼마든지 신곡처럼 들려줄 수 있겠더라구요.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조금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들도 눈에 띄었구요. 처음 그 노래들을 만들었을 때의 의도와 감정을 떠올리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앨범에는 ‘비오는 날 수채화’, ‘사랑해 사랑해’, ‘사랑은 세상의 반’ 등의 자작곡들과 들국화의 노래로 유명한 ‘매일 그대와’,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등이 실렸다. 강인원 특유의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여전한 미성을 통해 전달된다. 이 음반은 강인원이 운영하는 사이트 삼삼오오 뮤직(www.3355music.com)을 통해 무료 제공된다. 강인원은 “제 음악을 아직도 기억해주는 팬들에게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제작했다”며 사이트에 자신의 노래에 얽힌 사연과 추억을 남긴 사람들에게 음반을 선물할 계획도 밝혔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한물간 가수’로 취급받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방송에서 다뤄주질 않으니까. 또 대중들은 그 가수들의 음악을 접해보지도 못하고 소 외당하잖아요. 일단은 저라도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분명히 들어줄 사람들이 있고,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활동을 안 하니까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름까지는 방송 위주로 활동하고, 가을엔 제 이름을 건 콘서트도 할 계획이에요.”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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