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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갇히고 잘린 ‘일상’ 세상에 꺼내봐

등록 2009-06-04 18:03수정 2009-06-04 19:33

<다락방>
<다락방>
‘사회파 연극’ 사카테 요지 걸작전
일본의 ‘사회파 연극’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사카테 요지(47)의 걸작 두 편이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아르코예술극장이 8일부터 한달간 마련한 ‘사카테 요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대표작 <다락방>(6월8~28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7월2~12일)가 그것이다.

사카테 요지는 삶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온 일본 연극계의 주류를 거스르는,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연극계에 많은 화제와 충격을 주었다. 일본 내 미군기지 문제,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일본의 군대화, 일장기 소각 사건, 이지메(집단 따돌림) 등 민감한 정치·사회 문제를 줄곧 건드려왔다. 한국 관객에게는 지난해 2월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가 부부의 실화를 다룬 <블라인드 터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은둔자 다룬 ‘다락방’
지뢰문제 ‘무궁화…’
블랙코미디로 승화

<다락방>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힌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를 통해 일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히키코모리의 안식처로 고안된 다락방 패키지 상품이 비밀 경로를 통해 통신판매되는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다. 한 남자가 다락방에서 죽은 남동생이 그곳에 틀어박힌 이유를 더듬으면서 이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을 옴니버스 형식의 블랙 코미디로 경쾌하게 그렸다.


연출가 사카테 요지(47)
연출가 사카테 요지(47)
이 작품은 바닥 길이 1.8m, 높이 1.2m, 깊이 0.95m인 다락방 속에 배우 15명이 몸을 구겨 들어가는 설정이 두드러진다. 다락방에서 다섯달 동안 틀혀박혀 살다 자살한 남자, ‘왕따’를 당해 학교에 못 다니게 된 소녀, 어린 소녀를 10년간 감금해 애완동물로 삼은 중년 남자, 비디오·인터넷으로만 외부와 접촉하다 오래전에 죽어버린 남자, 잠복한 형사 등의 다양한 군상들이 낙서처럼 그려진다. 사카테 요지는 “히키코모리를 통해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공통의 사회적 문제를 다뤄보려고 했다”며 “공간 안에 고립된 극중 인물의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가족과 사회, 개인의 관계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 문학상과 시노쿠니야 연극상 등을 받았으며, 미국·이탈리아 등 8개국에서 초청받아 15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벌인 대표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직접 연출을 맡아 선종남, 장성익, 김은석, 윤상화 등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오른쪽 사진·원제 오뚝이가 자빠졌다)는 같은 제목의 놀이를 바탕으로 전쟁의 비참함과 그 배경의 정치적 음모를 폭로한다. 오뚝이를 지뢰를 밟아 팔다리가 잘려나간 사람의 상징으로 쓴 것이 인상적이다. 중동 전쟁, 대학 동아리인 지뢰연구회, 지뢰 찾는 깡패, 지뢰를 파는 무기상, 지뢰 제작회사 직원 등의 캐릭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등장한다. 원작의 배경은 2004년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이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의 자이툰 부대 파병과 비무장지대(DMZ) 등지로 바꿨다. 무거운 주제지만 빠른 극 진행과 통쾌한 웃음으로 현대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2004년 초연되어 요미우리연극대상 전형위원특별상, 쓰루야난보쿠 희곡상, 아사히무대예술상 등을 휩쓸었다. 극단 청우의 김광보 대표가 연출을 맡았으며, 정규수, 길해연, 이남희, 안준형, 고은혜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02)889-3561~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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