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47)
“모든 예술가에게는 전환의 시기가 있어요. 그게 기쁨일 수도, 좌절일 수도 있는데, 돌이켜 보면 23년간 무대에서 살아오면서 저는 좌절보다는 기쁨의 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랑스러웠고요. 늘 음악을 배우고 싶고 세계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소프라노 조수미(47)씨가 오는 9월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인도 출신의 명지휘자 주빈 메타(73)가 이끄는 1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과 협연 무대를 꾸민다. 그는 4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내 컨벤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인이 사랑하는 빈 필과 공연하는 것은 예술가로서도 큰 영광”이라며 “오랜 친구 주빈 메타와 고향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 옛 생각도 많이 나고 무척 설렌다”고 밝혔다. 그는 “신이 나에게 주신 사명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강과 에너지가 있고, 노래로 제가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털어놓았다.
조수미씨와 주빈 메타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함께 여러차례 연주와 녹음기회를 가졌지만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과 한 무대에 서기는 처음이다. 빈 필은 또 조수미씨에게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과 호흡을 맞춰 1988년 노래하기로 돼 있었지만, 카라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공연이 무산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빈 필은 카라얀과 연관돼 있어 저에게 더욱 의미가 큰 오케스트라”이라며 “연주할 때 오스트리아 특유의 낭만과 깨끗함이 묻어나와 좋아한다”고 말했다.
빈 필의 내한 연주회는 그동안 일디보, 비욘세, 빌리 조엘,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을 선보였던 현대카드 주최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Ⅴ-빈 필하모닉 & 조수미’로 꾸며진다. 조수미는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가운데 ‘꿈속에 살고 싶어라’,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타 <박쥐> 중 ‘웃음의 아리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이상해…언제나 자유라네’를 들려준다. 또 빈 필하모닉은 브람스의 <교향곡 4곡>과 하이든의 <교향곡 104번>을 연주한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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