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조도〉(매화와 새 그림)
10일부터 인사동서 전시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 1836)이 전남 강진 유배 시절에 소실이 낳은 딸을 생각하며 그린 것으로 보이는 <매조도>(매화와 새 그림·사진)가 처음 공개됐다. 서울 인사동 공화랑은 10~23일 열리는 서화감상전 ‘안목과 안복’을 앞두고 <매조도> 등 알려지지 않았던 다산의 친필 그림과 서첩, 간찰 등의 글씨 출품작 5점을 5일 선보였다. 개인소장인 이 <매조도>(가로 50.5cm×세로 27cm)는 1813년 8월19일 강진 자하산방에서 그린 것이다. 비단 속치마를 잘라 만든 화폭 위에 가로로 뻗은 채 꽃송이들이 매달린 매화 가지와, 아래 가지 끝에 앉아 있는 멧새 한 마리의 모습을 담았다. 그 아래는 7언 절구의 한시가 특유의 날렵한 행서체로 쓰여 있다. ‘묵은 가지 다 썩어서 그루터기 되려더니/ 푸른 가지 뻗어 나와 꽃을 다 피웠구려/ 어디선가 날아온 채색 깃의 작은 새는/ 한 마리만 응당 남아 하늘가를 떠도네.’ 그림과 시를 분석한 정민 한양대 교수(한문학)는 “시구의 맥락으로 미뤄 다산이 유배 생활 중 얻은 소실에게서 낳은 딸 홍임을 떠올리며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산의 <매조도>는 고려대 박물관에도 한 점이 전하는데, 이번 그림처럼 1813년 7월14일 혼인하는 큰딸을 위해 본부인 홍씨가 보낸 치마를 잘라 그린 것이다. (02)735-9938.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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