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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추억을 호명하는 바람·냄새…

등록 2009-06-07 17:40

베네치아 한국관 작가 양혜규씨
베네치아 한국관 작가 양혜규씨
베네치아 한국관 작가 양혜규씨
한국 대표선수로 나온 작가 양혜규는 한가락 할 것 같다. 전시를 위해 옛 화장실을 개조한 한국관을 완전히 뒤집었다. “화장실? 그게 뭐 어때?” 기억을 감추려 애써 덮은 천장과 창문 블라인드를 뜯어낸 뒤 보일 듯 말 듯, 오감으로 기억을 자극하는 자신의 작품을 들여놓았다.

4일 현지 전시장에서 만난 양씨는 그동안의 작업 결과를 설명했다. “서로 온도가 다르면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처럼 이번 전시의 주제 ‘응결’은 차이 혹은 장벽에 의해 생겨나는 현상을 보이고자 합니다.”

전시는 세개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자신의 독일 베를린 집 부엌을 소재로 한 반추상 조각 ‘살림’, 어렸을 때 자란 서울 아현동과 비수기의 황량한 베네치아 한국관 주변을 교차 촬영한 영상물 ‘쌍과 반쪽-이름 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 그리고 블라인드를 활용한 설치작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이다.

작품들은 현실과 기억, 안과 밖, 구상과 추상 등 어느 것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색과 모양,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다.

‘살림’은 싱크대에 수세미, 냄비 받침, 전선, 백열전구 그리고 마늘덩어리를 놓아두었다. 공공장소에 나온 사적 공간인 부엌에서 냄새와 열기로써 기억을 환기해 낸다. ‘목소리와 바람’은 교차된 블라인드가 선풍기 바람에 일렁이면서 ‘무아레’(물결무늬)를 만들고 감시카메라처럼 달린 곳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현실이 아닌 저마다의 추억으로 넘어가게 만든다. 비디오 작품의 화면은 아현동과 베네치아를 넘나들고 별개로 나온 내레이션이 블라인드의 무아레처럼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규정할 수 없는 미묘함을 다루는 만큼 스펙터클한 면에서는 빠지는 게 흠.

시내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옥상에서 열린 양혜규를 위한 오찬 모임에는 세계 곳곳의 내로라하는 큐레이터와 평론가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이었다. 무섭게 커가는 젊은 한국 작가에게 한국관은 콧구멍처럼 보였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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