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차례로 ①, ②, ③, ④
헤븐앤헬·라크리모사·데블 웨어스 프라다·페어리랜드
영화 ‘레슬러’에서 주인공 랜디(미키 루크)는 1980년대 헤비메탈 음악을 들으며 커트 코베인(그룹 너바나의 리더)이 음악계를 망쳐버렸다고 말한다. 랜디의 말대로 너바나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게 변해버렸다. 얼터너티브 열풍이 불었고 차트를 주름잡던 헤비메탈은 급격히 몰락해갔다. 그 뒤 “헤비메탈은 죽었다”는 말이 떠돌았다.
하지만 헤비메탈이 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북유럽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갈래의 헤비메탈 음악들이 농익어갔고, 2000년대 들어 다시 미국에서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잠시 차트에서 모습을 감췄던 헤비메탈은 이제 더욱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각자의 색깔을 가진 헤비메탈 음반 4장이 발매됐다.
① 헤븐 앤 헬의 <더 데빌 유 노> 블랙 사바스는 헤비메탈 팬들에겐 ‘경전’과 같은 이름일 것이다. 헤븐 앤 헬은 블랙 사바스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와 토니 아이오미를 중심으로 한 블랙사바스 멤버들이 한시적으로 뭉친 프로젝트다. 헤븐 앨 헬은 이들이 전성기 때 만들었던 명반 제목이기도 하다. 더욱 광폭해진 현재의 헤비메탈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중후하고 묵직한 음악을 선보인다. 로엔 엔터테인먼트.
② 라크리모사의 <젠주흐트> 라크리모사는 틸로 볼프를 중심으로 독일에서 결성된 고딕메탈 밴드다. 키보드, 보컬을 맡는 여성 멤버 안네 누르미가 들어오면서 현재까지 2인조로 운영되고 있다. 모차르트 진혼곡에서 팀 이름을 따왔을 정도로 고전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틸로 볼프는 헤비메탈에 클래식을 더해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 앨범에서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노래를 적극 사용하며 중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세일 뮤직.
③ 데블 웨어스 프라다의 <위드 루츠 어버브 앤 브랜치스 빌로> 헤비메탈과 하드코어를 결합한 신조어 ‘메탈코어’는 근래 미국 헤비니스 음악계를 대표하는 장르가 되었다. 같은 이름의 책 제목에서 팀 이름을 따온 데블 웨어스 프라다는 미국 메탈코어를 대표하는 밴드다. 마이너 레이블에서 냈는데도 발매 첫 주 빌보드 앨범 차트 11위에 올랐다. 수많은 팝 앨범들 속에서 가장 사악한 목소리로 차트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메탈코어 사운드와 비장한 스크리밍 보컬, 아름다운 멜로디가 더해진 음악을 들려준다. 도프 엔터테인먼트.
④ 페어리랜드 <스코어 투 어 뉴 비기닝> 멜로딕 스피드 메탈은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거나 “애들이나 듣는 음악”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도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페어리랜드는 프랑스 출신으로 헬로윈과 랩소디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밴드다. 키보드를 연주하는 필립 지오르다나의 원맨 밴드로 다양한 게스트들이 앨범 작업을 거들었다. 심포닉한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곡 전개가 특징이다. 에볼루션 뮤직.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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