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쓴 부처와 인간 ‘불쌍’한 가면놀이
전통무용가 안애순씨 새 무용극
전통 춤사위의 현대화 작업에 매달려온 무용가 안애순(49)씨가 신작 무용극 <불쌍>을 25~26일 저녁 8시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 올린다. 부처상(불상)을 매개로 한 춤으로 현대 사회의 화두인 ‘하이브리드’(변종, 혼성)를 조명한 프로젝트 작품이다.
‘부다팝스’와 ‘점퍼스’, ‘아이커나이즈’, ‘칼처럴 컴플렉서티’로 구성된 <불쌍>은 무대 위의 다양한 부처 이미지들이 무용수들과 어울려 점차 원형을 알 수 없게 변해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혼성모방 또는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양한 문화코드들의 만남과 충돌이 인도의 카탁, 한국의 진도북춤, 중국의 전통무예 달마18수, 몽골 민속무용 등으로 펼쳐진다. 무용수들이 부처상과 번갈아 가면을 쓰고 벗으면서 성과 속의 경계도 함께 허물어진다.
“동서양이 마구 뒤섞여진 우리 문화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현대로 오면서 더욱 복합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우리 자화상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전세계에 퍼진 고급 레스토랑 부다 바(Buddha Bar)가 대표적 현상이죠.”
안씨는 “외국 부다 바에서 동양 문화의 상징이자 종교적 아이콘인 불상이 인테리어나 예술품, 가구 등으로 변형돼 쓰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창작 동기를 털어놓았다. <불쌍>이라는 작품 제목도 “국내에서 부다 바가 문을 열 정도로 변형된 우리 것을 거꾸로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쌍>은 현대 문화의 하이브리드를 다루기 위해 이질적인 예술가들과 손을 잡고 만들어졌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던 설치미술가 최정화(48)씨가 얼마 전 칠레의 한국현대미술전 ‘박하사탕’에 선보였던 불상 작품들을 무대에 옮겨온다. 또한 언더그라운드에서 독특한 라이브 디제잉으로 젊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박민준·30)도 양용준 작곡가와 함께 만든 부다 바 라운지 음악들을 무용수 몸짓에 맞춰 디제잉한다. 세 사람은 첫 공동 작업인데도 죽이 잘 맞는 듯하다.
최씨는 “안 선생과는 첫 작업인데, 미술관에서 죽어 있는 작품을 살려주어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성속이 없고, 내것 네것이 없고, 진짜 가짜도 없는 것이 원래 제 작업인데, 인간과 신이 벌이는 가면놀이의 ‘눈이 부시게 하찮은’ 행위가 그런 것을 잘 풀어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는 “1960~70년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서구 음악과 지역성이 뒤섞이며 변모해간 한국 대중음악의 전개 과정이 <불쌍>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역사와 정치, 이념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인지 어떤 현상을 봐도 편가르기식 해석을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저 같은 젊은이들은 그런 것들을 다 무장해제시키고 단지 있는 걸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대죠. 그래서 이런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디제이 소울스케이프) (02)2005-011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왼쪽부터 DJ 소울스케이프, 안애순, 최정화씨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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