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근
‘청·소·년’ 사진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어디 한둘이랴.
광우병 쇠고기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아주 참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동아일보사 부설 일민미술관에서 여는 ‘청·소·년’ 사진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도무지’에 관한 발언을 한다. 도무지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에 축인 종이로 얼굴을 감싸 질식사시키는 형벌을 말한다.
꽉막힌 출구 앞 맴도는 욕구·미래에 대한 불안 포착
오석근 등 9인 8개월동안 작업…8월 23일까지 전시 미술관에서 정의한 청소년은 ‘초중고생 및 그의 나잇대’이다. 젊은 사진가 9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여덟달 동안 그들을 찍었다. 작가들은 1964~1980년 출생해 나이가 45~29살인, 스스로 수긍하지 않겠지만, ‘중늙은이’들이다. 그들이 찍은 사진을 두고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버려졌다고 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에 초점을 맞춰 번듯하게 연 첫 전시일 테니 못해도 점수는 ‘B+’다.
전시의 중심은 2008년 촛불시위 주역인 ‘고딩’.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수입 금지가 당연하거늘, 친미 정부에서는 수입을 풀어주려고 기를 쓰고, 친미 언론은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하니, 보다 못한 고딩들이 촛불을 켰고 시민단체가 뒤서지 않았던가. 물대포로 무자비하게 촛불을 끈 현 정부가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프로그램으로 다룬 방송사에 뒤늦게 화풀이하는 요즘에, 촛불시위 주인공에 관한 전시가 열리니 사뭇 눈길이 쏠린다.
오석근씨는 질풍노도가 잠재된 고등학교의 내면을 포착했다. 새 공을 받고 신발끈을 매는 농구부 신참.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어른거린다. 감옥처럼 들어선 교실이 즐비한 복도. 커다란 교복을 입은 ‘청소년’이 짓는 웃음이 교복처럼 붕어빵이다. 벽에 얼굴을 기대고 벽과 무언의 대화를 하는 학생은 ‘왜 그래?’라는 물음에 ‘그냥요’라고 답할 뿐이다. 체육관에서 열렸음직한 졸업식에서 고딩과 담임은 카메라 앞에 섰다. 핏빛 어둠을 배경으로 얼굴만 부각됐다. 지난 3년은 어둡고 괴로운 밤이었고 그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미래는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상징한다.
어쩌란 말인가. 국화빵처럼 찍어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현실은 꽉 막힌 절개지처럼 답답하고(양재광), 허여된 것이라고는 불온과 일탈로 매도되는 오토바이(최종규, 양재광). ‘조국 근대화’의 예비군으로 달동네에 정주한 촌것들이 용도가 폐기되면서 그들의 삶터가 마구 재개발되는 것처럼, 청소년들 역시 필요에 따라 국가의 대들보요, 불온한 촛불로 대접받는 게 현실(최은식)이다. 이들을 기꺼워 하는 곳은 학원가와 그 주변의 간이음식점들. 빈티 나는 색과 글씨투성이인 간판들 앞에서 청소년은 움직이는 돈으로 보일 뿐이다.(강재구)
꽉 막힌 출구 앞에서 이들이 향하는 방향은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 기획사 앞길, 또는 콘서트장을 꽉 메운 청소년들한테 들린 것은 풍선 나부랭이. 기획사 직원들의 온갖 욕지거리와 하대를 견디면서 이들이 바라는 것은 쌓이고 쌓인 욕구를 분출할 출구. 학교는 일제고사와 수능의 틀에 끄집어 넣고 가정은 그 틀 속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공범이다. 생각 없는 지자체들은 미국의 짝퉁 ‘영어마을’을 만들어 놓고 재선을 꿈꾼다.(박진영)
결국 대한민국의 학교란 일본 식민통치에 이은 국체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인적 자원의 재생산 기지에 다름 아닌 것. 왕조의 이념을 전수하던 서당의 후일담일 터. 다르다면 사랑방에서 행해지던 사회 교육과 산과 들에서 자연히 전수되던 체육·생물 교육이 소멸되면서 모두의 몫이었던 전인 교육이 오로지 제도권 학교에 맡겨진 것. 정치가 의회와 정부에 위임된 것처럼. 문제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제도다.
지금은 무조건 출세한 이들이 전횡하는 시대다. 석유찌꺼기로 뒤발된 불모의 도시와 더불어 이런 시대상을 역할 모델로 지목하기에는 참담하다. 젊은 사진가의 눈에 비친 청소년들의 모습은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움을 웅변한다. 8월23일까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오석근 등 9인 8개월동안 작업…8월 23일까지 전시 미술관에서 정의한 청소년은 ‘초중고생 및 그의 나잇대’이다. 젊은 사진가 9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여덟달 동안 그들을 찍었다. 작가들은 1964~1980년 출생해 나이가 45~29살인, 스스로 수긍하지 않겠지만, ‘중늙은이’들이다. 그들이 찍은 사진을 두고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버려졌다고 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에 초점을 맞춰 번듯하게 연 첫 전시일 테니 못해도 점수는 ‘B+’다.
강재구
최종규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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