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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정결한 여신 ‘노르마’ 한국역사와 닮았죠

등록 2009-06-23 19:11수정 2009-06-24 10:25

정결한 여신 ‘노르마’ 한국역사와 닮았죠
정결한 여신 ‘노르마’ 한국역사와 닮았죠
‘노르마’ 연출 파올로 바이오코
25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서 이탈리아어 공연
소프라노 김영미 ‘동양의 마리아 칼라스’ 기대

화려한 아리아로 채워진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노르마>가 2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다시 오른다. 국립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선보일 이탈리아 원어 공연이다. 빈첸초 벨리니(1801~1835)가 1831년 작곡한 <노르마>는 강인한 여사제 노르마와 적국 로마 제독 폴리오네의 금지된 사랑과 배신, 자기희생을 극적으로 그려낸 작품. 영원한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애창곡 ‘정결한 여신’이라는 아리아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1988년 국립오페라단이 국립극장에서 우리말로 옮긴 <노르마>를 선보인 적이 있으나 이탈리아 원어 공연은 처음이다. 공연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 중인 연출가 파올로 바이오코(52)를 23일 만났다. 무대 감독과 의상·조명디자이너도 맡은 그는 “40여년 동안 1000번 정도 듣고 보면서 사랑했던 오페라”라며 “가장 위대한 노르마였던 칼라스에게 헌정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탈리아에서 건축과 음악, 무용을 전공한 바이오코는 배우·춤꾼, 연극·영화·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해왔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로마 오페라 극장, 도쿄 콘서트 하우스 등에서 40여개 오페라를 연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부산문화회관 개관 20주년 기념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디>를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서울의 <노르마>는 한국 민족의 역사를 포함한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이탈리아어로 노래하지만 극은 한국의 <노르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00년대 이탈리아 오페라가 어떻게 한국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그는 “한국의 여러 문화적 요소들을 작품에 넣었다”면서 “의상은 한국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았고, 춤은 한국 안무가와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연출가 파올로 바이오코(52)
연출가 파올로 바이오코(52)
<노르마>는 고운 선율과 폭넓은 음역대, 아름답고 극적인 여 주인공의 등장 등으로 벨칸토 오페라의 새 장을 열었다. 작곡가 벨리니 자신도 1831년 이 오페라를 작곡한 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 해도 <노르마> 단 하나만은 건지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아꼈던 작품이다. 그러나 노르마 역 소프라노에게 한계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등 성악적으로 까다로워 본고장에서도 자주 공연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1952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칼라스와 작품이 만나면서부터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파올로 바이오코는 “벨리니 시대에는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가 있었지만 이 시대 가장 위대한 노르마는 마리아 칼라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르마>와 바그너, 마리아 칼라스와 얽힌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르마>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았던 바그너가 거의 드물게 사랑했던 오페라입니다. <노르마>의 마지막 부분이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기에 가장 위대한 노르마였던 마리아 칼라스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졸데 역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는 “<노르마>는 거의 3시간 가까이 공연되는 긴 오페라인데다 음악적으로 상당한 기교가 요구되어 성악가에게 굉장한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한국 성악가들 모두 <노르마>의 각 배역에 꼭 알맞은 목소리를 가졌다”며 “특히 국립 합창단원들은 거의 독창자의 능력을 갖출 정도로 굉장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관객들이 정말 한국적인 <노르마>를 느끼기 바랍니다. <노르마>는 사랑과 전쟁의 이야기죠. 2000년 전 갈리아 지방 골족의 옛 이야기지만 특정 역사와 장소를 뛰어넘어 바로 오늘의 우리를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극중 노르마 역에는 1980년 마리아 칼라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6명의 최고’ 상을 받으며 ‘동양의 마리아 칼라스’로 불렸던 소프라노 김영미씨와 유럽 극장에서 노르마 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현주씨가 맡는다. 남자 주인공 총독 폴리오네는 2008년 4월 한국 테너로서는 처음으로 이탈이아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했던 테너 이정원씨와 김영환씨, 노르마의 연적 아달지자는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씨와 정수연씨가 나선다. 200여편의 오페라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가 카자흐스탄 아바이 국립오페라발레하우스 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는다. (02)586-528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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