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미술관서 추모사진전
"추기경님과 비슷한 연세에 돌아가신 제 아버님과 정말 닮으신 모습이거든요. 아버님 미소와 놀랄 만큼 똑같아서 특히 애착이 가는 사진입니다."
종교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경상씨가 자신이 찍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2003년 모습 사진 가운데 하나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1979년 다큐멘터리 사진에 입문한 김경상씨는 특히 국내외 가톨릭 성지와 봉사, 사목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인물 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가 올해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과 관련 행사를 찍은 사진 82점을 26일부터 대전 아주미술관(www.asiamuseum.org)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9월6일까지 열리는 이번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김수환 추기경 추모사진전'에 내놓는 사진들은 모두 흑백 사진이다.
"컬러사진은 많은 정보를 담는 대신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경향이 있는 반면, 흑백사진은 강한 집중력을 끌어내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찍은 김 추기경 모습은 대부분 처음 공개된다. 장애인 행사에서 휠체어를 미는 김추기경, 추기경 지팡이를 든 김 추기경, 평화로운 미소를 짓는 김 추기경의 모습이 반갑다.
또 2월 김 추기경 선종 당시 사진기자를 위한 포토존이 아닌 일반 신자들의 자리에서 찍었지만 오히려 경건하고 묵직한 애도의 분위기가 잘 담긴 장례행사 사진 등도 색다르다.
"가톨릭 행사 현장에 많이 불려다녔는데 대부분 사진 찍는 사람은 저 혼자이거나 가톨릭 언론 기자와 저 등 두 명인 경우가 많았죠. 행사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보도 사진과는 또다른 다큐멘터리 사진을 만들어내려 애썼습니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 사진의 경우 1989년부터 각종 행사에서 찍은 수천롤의 필름을 골라내고 인화하는 방대한 작업을 거쳤다.
1996년에 찍은 장애인 마라톤 참석 사진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행사는 아니었는데 추기경께서 예고없이 살짝 혼자만 오셨다"며 "사실 추기경님이 돌아가신 후 좋은 사진이 별로 많지 않은 것도 그런 식으로 알리지 않고 움직이신 경우가 많고 사진찍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추기경은 항상 그런 식으로 소탈한 행보를 보이셨습니다. 게다가 천주교의 어려운 교리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어찌나 구수하게 쉽게 설명을 하시던지요. 그분의 강론이 그립습니다."
<사진설명= 위에서부터 작가 김경상씨, 2003년의 김수환추기경, 1996년의 김수환추기경, 2003년의 김수환추기경, 2009년 2월 명동성당 장례행사 모습. 사진 모두 김경상씨 제공>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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