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물 호랑이, 시대를 꾸짖다
연암 소설 ‘호질’ 소리극으로
조선 후기의 대학자 연암 박지원은 우화소설 <호질>에서 호랑이를 빌려 당시 조선의 위선적인 양반들을 질책했다. 그 ‘호랑이의 질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쏟아진다.
극단 ‘신명을 일구는 사람들’은 연암의 <열하일기>에 실린 ‘호질’을 소리극으로 꾸며 7월10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영물 호랑이가 세상으로부터 현자로 존경받는 북곽 선생과 열녀로 칭송받는 동리자의 불륜을 꾸짖는 내용. 당대 양반과 위정자들에 대한 신랄한 조소가 넘쳐난다. 한편으로 그 질책은 2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이중적이고 부도덕한 요즘 우리 시대에도 겨눠진다.
극단은 이번 공연에서 원작의 줄거리는 살리되 부도덕한 인간 군상은 오늘날 나타나는 유형으로 각색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청나라 말 사교육, 용산골 철거민, 청나라 미친 송아지 수입, 평화 횃불 집회 탄압, ‘최고로 시중을 잘 드는 놈’의 국민 의사 표현 탄압, 별셋 공화국의 재산 변칙 증여 등을 고발한다. 이덕인 연출가는 “우리 민족 특유의 조소와 통렬한 비판이 우리 소리가 지닌 풍자와 해학을 통해 더욱 생생하고 선 굵게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사진 ‘신명을 일구는 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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