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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디스코 옷 걸친 유로팝 ‘미국 정복’

등록 2009-06-30 19:36

아바의 <댄싱 퀸>(1976년)
아바의 <댄싱 퀸>(1976년)
[세상을 바꾼 노래 81] 아바의 <댄싱 퀸>(1976년)
“비틀스 이래 가장 성공한 대중음악 스타”로 꼽히던 전성기에조차 그룹 아바의 위상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열세 때문이었다. 차트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197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그랑프리를 차지한 노래 ‘워털루’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이래 마지막 정규 앨범 <더 비지터스>(1981)를 발표하고 해체할 때까지, 아바는 영국에서 9곡의 넘버원 싱글을 포함해 19곡의 톱텐 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초기 두 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앨범을 차트 정상에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겨우 4곡이 톱텐에 진입했고 그중 단 한 곡만이 차트 정상에 섰을 뿐이다. 앨범 차트 기록은 더욱 초라하다. 넘버원은커녕 톱텐에도 근접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음악전문지 <크림>의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유럽 청소년들에게 로큰롤 혁명은 1950년대 일어난 일이 아니라 1963~64년 사이 비틀스를 통해서 나타난 것이었다. 그 결과 유럽 (대중)음악은 현격하게 탈흑인음악적으로 남았다. 이것은 한편으로 크라우트 록의 발전을 의미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바(의 존재)를 의미했다.” 대중음악의 보편적 양식이 미국 문화에서 비롯했으며 그 근간에 흑인음악의 뿌리가 있다는 사실에 비춰, 유럽 대중음악이 탈중심적이며 그 산물은 미국인들의 취향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아바의 전기 작가 칼 망누스 팔름의 해석 또한 비슷하다. 그는 ‘팝송’을 의미하는 독일어 ‘슐라거’가 일반적으로 ‘이지 리스닝’과 동의어로 간주된다는 점을 들며 유럽 대중음악의 속성이 미국의 그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 재즈 혹은 리듬 앤 블루스의 억양을 제거한” 스타일, 이른바 ‘유로팝’의 정체를 가리킨 것이다. 유로팝의 전형이자 정수로서 아바의 음악이 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비평가 로버트 크리스트고는 아바를 향해 “우리의 적을 만났다”고 썼는데, 그들의 높은 음악적 성취와 미국에서의 낮은 대중적 성과를 함축하여 보여주는 정황적 사료라고 할 것이다.

‘댄싱 퀸’의 성공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도 바로 그런 정황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노래는 유럽은 물론 미국 차트 정상까지 정복한 아바의 최대 히트곡이다. 영미권 출신이 아닌 대중음악인으로 그처럼 거대한 국제적 성공을 거둔 예는 없었다는 점에서 ‘댄싱 퀸’은 아바를 진정 위대한 팝 밴드로 격상시킨 결정적인 동인이었다. 오죽하면 <크림>은 1976년을 ‘아바의 해’로 선포했을 정도다.

‘댄싱 퀸’에서 아바는 디스코의 요소를 차용함으로써 대서양의 양안 사이에서 합의점을 도출해냈다. 조지 매크레이의 히트곡 ‘록 유어 베이비’(1974)에서 당대의 트렌드였던 디스코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것을 유로팝의 공식에 화학적으로 대입한 것이다. 즉각적으로 인지되는 선율과 걸 그룹 스타일의 풍요로운 하모니를 결합하고, 고전적인 실내악 앙상블과 현대적인 신시사이저 음향을 혼합한 방식도 마찬가지다. ‘댄싱 퀸’은 무엇보다 절충적 실용성의 승리였다. 요즘 우리 곁을 떠도는 일방적 실용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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