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털어놓는 공연이 활발하다. 사진 위부터 <오월엔 결혼할꺼야> <싱글즈> <웨딩펀드>. 각 극단 제공
20~40대 여성 마음 그린 연극·뮤지컬 풍성
최근 서울 대학로 연극동네에 여성들의 고민과 삶을 다룬 연극·뮤지컬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 주인공들이 세대별로 겪는 사랑과 결혼, 가족, 인생관 등의 다양한 고민들을 ‘수다’라는 코드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 작가가 자신의 체험과 이웃 이야기로 꾸민 대본에, 여성 연출가와, 극 중 인물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월엔 결혼할꺼야>(김효진 작·김선애 연출)는 요즘 20대 아홉수 여성들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톡톡 튀는 대사와 코믹한 연기로 그렸다. 한 집에 사는 29살 여고 동창생 셋이 10년 동안 부은 적금 3825만원을 먼저 차지하려고 벌이는 결혼 소동이 줄거리. 지난 28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극장에서 공연된 데 이어 7일부터 8월30일까지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이 작품은 뮤지컬 <웨딩펀드>(황재헌 연출)로도 만들어져 9일부터 8월16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도 오른다.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어 다른 장르의 세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듯하다.
30일부터 대학로 피엠시자유극장에 오른 뮤지컬 <싱글즈>(가마타 도시오 작·성재준 연출)도 서른을 앞둔 여성들의 사랑과 일에 대한 심리를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젊은 세대에게 ‘싱글’이라는 새 열쇳말을 만들어낸 영화 <싱글즈>를 토대로 만든 무비컬. 2007년 초연 때부터 젊은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아 최우수작품상,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등을 휩쓸었다.
40살 가까운 30대 여자들은 20대보다 더 불안하고 막막하다. 특히 40이 코앞인 39살 여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라면. 3일부터 8월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초연되는 <울다가 웃으면>(우현주 작·연출)은 ‘마흔 즈음’의 여성들이 겪는 ‘때늦은 사춘기’를 진솔한 수다로 풀어낸 옴니버스극. 39살 오랜 단짝들이 만나 결혼과 꿈,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병실 동료들의 우정 등을 털어놓는 수다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극본, 배우까지 1인 3역을 맡은 우현주 연출가는 “‘마흔 즈음’은 한마디로 자신들이 성장한 환경과 새로운 패러다임 속 이미지, 그리고 현실 속에서 끊임없는 혼란과 갈등을 겪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2005년 닐 라뷰트의 연극 <썸걸즈>에 나왔던 세 배우 정재은, 정수영, 우현주가 모처럼 뭉쳤다.
8월30일까지 명보아트홀에 오르는 영국 라이선스 뮤지컬 <걸스나잇>(작 루이즈 로체·연출 유록식)도 40살 여성들의 고단한 인생사를 신나는 음악에 담았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얼마만큼 맛본 40대 주부인 터라 연애, 결혼, 부부관계, 임신, 출산, 낙태 등을 털어놓는 수다가 거침없다. 입심 좋은 중·고교 친구 4명이 22년 전 죽은 친구의 딸 약혼식 때, 가라오케에서 만나 파티를 벌이며 서로 고민을 이야기한다. 걸쭉한 입담 뒤에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번뜩인다.
연극평론가 김미도(서울산업대 교수)씨는 “30대 독신 여성이 크게 늘면서 공연계가 그들을 겨냥한 작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며 “단순 흥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여성들의 고민을 좀더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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