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강전도〉
신세계갤러리 이이남 개인전
영상미디어 작가 이이남씨의 소재는 옛 화가들의 작품이다. 단원, 추사, 겸재, 강세황 등의 전통 화가들과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과 클림트 등. 그가 좋아하는 동시에 ‘이이남식 재해석’이 가능한 작가들이다.
이이남식 재해석이란 원작자들이 잡아내려 했던 움직임, 빛, 시간, 소리 등을 현대 신기술이 집적된 영상미디어를 통해 대신 넣어주기다. 예컨대 겸재의 <금강전도>를 바탕으로 한 <신금강전도>(그림). 겸재가 수차례 현장 스케치 여행을 거쳐 완성한 이 대작에 작가는 겨울 금강에 가려졌던 봄, 여름, 가을의 금강까지 복원했다. 꽃 피고, 녹음 우거지고, 낙엽 지고, 눈 내리는 사계절이 들어 있다. 그 봉우리와 골짜기에 송전탑이 들어서고 뉴욕 타임스 스퀘어 빌딩, 상하이 동방명주탑 등 세계 각 도시의 대표적 건물들이 세워진다. 왕조시대 겸재의 금강은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불야성이 된다. 자연 파괴가 계속된다면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겸재가 되살아온다면 혹시 그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는가.
이이남의 상상력은 나아가 동서를 넘나든다. <모네와 소치의 대화>는 소치 허련의 <산수도>와 모네의 <해돋이>가 바탕. 오른쪽 소치 산수도에 나오는 섬과 배, 화제(그림 경위에 대한 글) 등이 순서를 달리해 왼쪽 짝인 모네의 <해돋이> 속으로 이동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게 본령이라는 동양적 그림관의 소치와, 풍경이 변하는 순간을 포착한 모네 사이는 대화가 가능한 관계가 아닐까. 소치의 화제가 모네 그림으로 옮겨가도 어색하지 않다.
원래 조각 전공이던 작가가 영상미디어에 눈뜨기는 1997년께. 한 대학에서 미술해부학을 가르치다 어깨너머로 학생들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보고 나서부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04년 단원의 <묵죽도>로 첫 영상 작품을 선보였고, 그 뒤로 신사임당의 <초충도>, 추사의 <세한도> 등을 작품화해 유명해졌다. 근작들 중심으로 25점을 선보이는 서울 신세계갤러리의 ‘빛과 예술의 만남’전에서 작가의 성가를 일별할 수 있다. 12일까지. (02)310-1921~4.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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