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콜링’전의 주요 출품작들. 색색의 세제통들로 이색 샹들리에를 만든 데이비드 바첼러의 <칸델라>.
영국 현대미술전 2곳
영국 현대미술 하면 으레 ‘와이비에이’(yBA: Young British Artists)다.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등의 젊은 영국 스타 작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배후에는 후원자로 유명한 화랑주 사치의 상업주의와 영국 정부의 국가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 비영리기관 기획자들의 지지 아래 테이트모던 갤러리 등에서 전시하고 국제적인 미술상 터너상이 주어지면서 yBA는 영국의 예술 상표가 됐다. 최근 한국에도 이들의 전시가 줄을 이었지만 영국 천지에 그들뿐이겠는가. 최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과 서울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의 기획전에서 선보이는 또다른 영국 작가들은 이구동성 “천만에!”다. 작품 특징은 일상을 낯설게 하기, 쉽게 말하면 엉뚱하다.
라코·배너·클락슨 등 ‘비주류’ 작가들
소소한 나날에 천진한 의문 ‘결정체’
토탈미술관-대안공간 루프서 선봬 ■ 토탈미술관의 ‘런던 콜링: 후 게츠 투 런 더 월드’전 터너상 등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는 등 현지에서 ‘잘나가는’ 작가 8명이 왔다. 한국에서는 주류 yBA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작가들이다. 너새니얼 라코는 공사장 비계, 교통 표지판 등 흔한 ‘도시의 물건’에 빛을 결합했다. <블랙셰드>는 전구가 수직이동하는 잡동사니 창고. 판자들 틈새로 새어나온 빛띠가 전시장 벽에서 위아래로 흐르면서 방 전체가 울렁거리는 환각에 빠진다. 데이비드 바첼러는 색색의 세제통 꽁무니에 전구를 끼워넣은 꾸러미로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피오나 배너는 살상용 전투기 꼬리 날개에 새에 관한 문구를 써넣어 부조리함을 꼬집었다. 터너상을 받은 마틴 크리드의 비디오 <일 660번>은 동양 소녀가 궁둥이를 까고 낼름 똥을 누고 사라지는 게 전부다. 이 밖에 게리 웹은 디엔에이 다발에 손잡이를 달거나(<핸드백>), 사각 구리판 조각을 이어붙인 다면체 기둥(<차려입고 나갈 준비 끝>)을 냈다. 26일까지. (02)379-3994. ■ 루프의 ‘영국현대미술전-노운 언노운스’전 yBA 작가들이 삶과 죽음 등 심각한 주제를 다뤘다면 동년배 ‘yBA 이외의 작가들’은 일상의 당연지사에 천진스런 의문을 던진다. 그레이엄 거신의 소재는 1950~60년대 에스에프 영화다. 비디오 속 늪, 실험실에 소리 없이 깔리는 안개. 사뭇 외계인이 튀어나올 법한데, 아무 일이 없다. 정작 사운드는 블랙홀 벽에서 눈에 보여진다. 검게 칠한 전시장 벽에 흰 글씨로 의성어 ‘서드’(THUDD)를 써놓았다. 비행기 안에서 수면용 안대를 겹겹이 끼고 잠든 자기 사진도 작품. 안대를 겹쳐 쓰면 우주 또는 먼 과거로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다.
자크 님키는 서울의 길거리 잡초를 캐어 130여개 화분에 심었다. ‘어? 이거 강아지풀인데?’ 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싱싱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움은 혹시 꽃집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작가가 전시장 구석구석에 그려놓은 잡초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눈을 뜨면 다 보인다. 루스 클락슨의 거울 작품은 동그란 거울들이 벽에서 몽글몽글 흘러내려 바닥에까지 고였다. 거울 곳곳에 바나나 껍질, 큐빅으로 얼굴이 가려진 인형들이 있다. 작가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의 실체, 실제와 허구의 경계는 무엇인가 등 질문을 던진다. 8월11일까지. (02)3141-1377.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소소한 나날에 천진한 의문 ‘결정체’
토탈미술관-대안공간 루프서 선봬 ■ 토탈미술관의 ‘런던 콜링: 후 게츠 투 런 더 월드’전 터너상 등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는 등 현지에서 ‘잘나가는’ 작가 8명이 왔다. 한국에서는 주류 yBA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작가들이다. 너새니얼 라코는 공사장 비계, 교통 표지판 등 흔한 ‘도시의 물건’에 빛을 결합했다. <블랙셰드>는 전구가 수직이동하는 잡동사니 창고. 판자들 틈새로 새어나온 빛띠가 전시장 벽에서 위아래로 흐르면서 방 전체가 울렁거리는 환각에 빠진다. 데이비드 바첼러는 색색의 세제통 꽁무니에 전구를 끼워넣은 꾸러미로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피오나 배너는 살상용 전투기 꼬리 날개에 새에 관한 문구를 써넣어 부조리함을 꼬집었다. 터너상을 받은 마틴 크리드의 비디오 <일 660번>은 동양 소녀가 궁둥이를 까고 낼름 똥을 누고 사라지는 게 전부다. 이 밖에 게리 웹은 디엔에이 다발에 손잡이를 달거나(<핸드백>), 사각 구리판 조각을 이어붙인 다면체 기둥(<차려입고 나갈 준비 끝>)을 냈다. 26일까지. (02)379-3994. ■ 루프의 ‘영국현대미술전-노운 언노운스’전 yBA 작가들이 삶과 죽음 등 심각한 주제를 다뤘다면 동년배 ‘yBA 이외의 작가들’은 일상의 당연지사에 천진스런 의문을 던진다. 그레이엄 거신의 소재는 1950~60년대 에스에프 영화다. 비디오 속 늪, 실험실에 소리 없이 깔리는 안개. 사뭇 외계인이 튀어나올 법한데, 아무 일이 없다. 정작 사운드는 블랙홀 벽에서 눈에 보여진다. 검게 칠한 전시장 벽에 흰 글씨로 의성어 ‘서드’(THUDD)를 써놓았다. 비행기 안에서 수면용 안대를 겹겹이 끼고 잠든 자기 사진도 작품. 안대를 겹쳐 쓰면 우주 또는 먼 과거로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다.
자크 님키는 서울의 길거리 잡초를 캐어 130여개 화분에 심었다. ‘어? 이거 강아지풀인데?’ 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싱싱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움은 혹시 꽃집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작가가 전시장 구석구석에 그려놓은 잡초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눈을 뜨면 다 보인다. 루스 클락슨의 거울 작품은 동그란 거울들이 벽에서 몽글몽글 흘러내려 바닥에까지 고였다. 거울 곳곳에 바나나 껍질, 큐빅으로 얼굴이 가려진 인형들이 있다. 작가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의 실체, 실제와 허구의 경계는 무엇인가 등 질문을 던진다. 8월11일까지. (02)3141-1377.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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