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원종희(29, 보컬), 이현희(28, 기타), 류명훈(27, 드럼), 윤형식(25, 베이스)
성기노출사건 무혐의에도 활동 ‘타격’
“음악에만 집중하고파” 2년 만에 컴백
“음악에만 집중하고파” 2년 만에 컴백
안타까운 얘기지만 대중들에게 펑크 밴드 럭스를 설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건국 이래 최악의 방송 사고로 기억될 2005년 문화방송의 <음악캠프> 성기 노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다. 럭스는 그날의 주인공이었다. 첫 공중파 티브이 출연을 기념하기 위해 클럽 무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무대 위에 섰다.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졌고, 럭스는 사건의 주범으로 몰렸다. 각종 매체들은 ‘사전 모의’라고 확정 기사를 썼지만 몇 주 뒤 럭스 멤버들에게 날아온 건 무혐의 통지서였다.
럭스는 바지를 벗지도 않았고 사건을 모의한 적도 없다. 럭스의 잘못이라면 방송과는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을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데려간 것뿐이다. 하지만 타격은 컸다. 이후 예정돼 있던 스케줄은 모두 취소됐고 2집 앨범을 발표했지만 아무런 홍보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당시 그들이 발표했던 1집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활동에 한창 정점을 찍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펑크의 미래’로 평가받던 젊은이들은 한순간에 ‘노출증 환자’들로 몰려버렸다.
“사고가 터진 후에 몇몇 무대와 인터뷰에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당시 매체들은 ‘사전 모의 시인’이라고 기사를 쓴 다음에 아무런 후속 기사도 내주질 않았어요. 더 이상 길게 얘기하는 것도 안 좋을 것 같고, 새 앨범도 나왔으니까 이제 확실히 끝을 맺고 다시 편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담담하게 얘기를 이어가는 팀의 리더 원종희는 예전의 모습과 달리 무척 편안해 보였다. 음악에만 전념하기 위해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운영해왔던 스컹크 레이블과 펑크 클럽 스컹크헬을 정리한 상태였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하면서는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겠더라구요. 밴드와 레이블, 클럽을 놓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음악을 선택했어요. 어차피 제 시작은 중학교 3학년 때 만들었던 럭스니까요.”
2년 만에 나온 3집 앨범 제목은 <영원한 아이들>이다. “각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기 위해서 싸우고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어릴 때의 순수함을 생각하자”는 의미로 지은 제목이다. 앨범 수록곡들은 더없이 간결하고 명쾌하다. 3분 안팎의 짧은 곡들에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담아냈고, 단순하지만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로 힘을 실었다. 펑크/하드코어 음악에서 이른바 ‘떼창’이라 부르는 싱얼롱 부분까지 부족함이 없다. 멤버들 역시 이번 앨범이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 때 처음 럭스를 만든 이후 원종희는 곧 럭스였고, 럭스는 곧 펑크였다. 크라잉 넛과 노 브레인이 음악적 변화를 취한 이후 이제 럭스는 한국 펑크를 대표하는 밴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럭스에게 펑크는 무엇일까? “세상으로부터 받은 영향력을 그대로 세상으로 되돌려줄 수 있는 힘”이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예전에 ‘펑크는 저항이죠’라고 말을 할 때면 그걸 외적으로도 드러나게 하려고 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을 수 있게 됐어요. 세상을 살면서 느낀 감정들을 이제 펑크로 드러내야죠.”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도프 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