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팬들에게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1999년 폭우로 좌초됐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이후 국내에선 제대로 된 음악 축제가 열리지 못했다. 2006년 트라이포트의 후신 격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개최되면서부터 한국에서도 여름 음악 축제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펜타포트를 비롯해서 이티피(ETP)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등 다양한 색깔의 축제들이 여름밤을 갖가지 음악으로 수놓았다. 올해는 동두천 록 페스티벌 등 더욱 많은 수의 행사들이 가세할 예정이다. 펜타포트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갈등이 팬들의 우려를 낳았지만 쇼는 계속되고 있다.
지산밸리·펜타포트·이티피 24일부터 차례로 개막
오아시스·데프톤스 등 국내외 유명밴드 ‘환각’ 선사
■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기획사 아이예스컴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공동주관해왔던 옐로우나인이 장소를 옮겨 단독 개최한다. 장소 문제를 가장 큰 결별 이유로 들었던 만큼 지산 쪽은 ‘초록빛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을 모토로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자연 속 페스티벌”이라 자신했다.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 협력 관계를 맺어 해외 뮤지션 섭외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국민 록 밴드 오아시스를 비롯해서 팝 펑크 밴드인 위저, 폴 아웃 보이, 일렉트로닉 듀오 베이스먼트 잭스, 모던 록 밴드 스타세일러 등 해외 인기 뮤지션들이 상당수 무대에 선다. 펑크의 대모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김창완밴드, 언니네 이발관, 델리 스파이스, 크래쉬, 장기하와 얼굴들 등이 나온다. 24일~26일 경기도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02)3444-9969.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행사를 공동주관해온 옐로우나인이 빠져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다. 확정된 출연진 가운데 팬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밴드는 미국 뉴 메탈 밴드 데프톤스가 유일하다. 국내 밴드들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홍대포트’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어려운 사정을 반영하듯 티켓 값을 지난해보다 50% 낮췄다. 펜타포트 쪽은 “우려의 소리들을 잘 알고 있다”며 “팬들이 도와준다면 내년부터 다시 예전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프톤스를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팝 가수 렌카와 얼터너티브 록 밴드 에스키모 조, 일본 하드코어 밴드 어그레시브 독스 등이 출연한다. 국내 밴드로는 부활, 넥스트, 허클베리 핀, 코코어,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이 나온다. 24~26일 인천 송도 시민공원. (02)783-0114.
■ 이티피 페스티벌(ETPFest) ‘기괴한 태지 사람들의 축제(Eerie Taiji People Fest)’란 뜻을 지닌 이름처럼 서태지와 열성팬들 사이의 축제로 2001년 처음 기획됐다. 마릴린 맨슨, 데스 캡 포 큐티, 후바스탱크 등 다양한 해외 뮤지션들을 섭외해 규모를 키우면서 기대되는 여름 축제로 성장했다. 현재 인더스트리얼 뮤직의 상징적 존재인 나인 인치 네일스를 비롯해 뉴 메탈 밴드 림프 비즈킷, 모던 록 밴드 킨 등 발표한 1차 출연진 라인업만으로도 반응이 뜨겁다. 이티피 쪽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실력파 뮤지션들이 더 많이 참여할 것”이라며 “이들이 하루 한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태지의 출연은 결정되지 않았다. 8월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1544-1555.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