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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파업노동자의 지독한 절규

등록 2009-08-06 21:13

연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
연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
연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 30일까지 대학로서 무대에
“내 딸 장난감 피아노 건반처럼 누르면 누르는 대로 피 터지게 일했다고. 이제 좀 늘어지고, 음정 좀 안 맞고, 필요없어졌다고 나를, 나를 버려! 함께 하면 된다던 그놈 어디 갔는데! 왜! 왜! 나는 왜! 이렇게 눌림만 당해야 하는 거냐고.”

파업으로 거리에 나앉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가 무대를 울린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자동차 파업사태가 10주차를 넘긴 지금, 서울 대학로에 파업 노동자의 우울한 실상을 그린 연극 한편이 때마침 막을 올렸다.

연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사진)는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용접기술자 만석과 정만의 이야기다. ‘무직’ 아닌 ‘대기 발령’중인 그들에게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결국 서울, 인천, 민통선, 대구, 마산, 창원 등지를 전전하며 일거리를 찾던 두 사람은 마침내 울산까지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동운동가로 변신한 직장동료를 만나게 된다. 연극은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노숙자로 몰락해가는 두 남자를 통해, 서민을 거리로 내모는 2009년 대한민국의 환부를 드러낸다.

영국 작가 아서 모리슨의 동명 소설을 오늘날 국내 현실에 맞게 번안·개작한 이 연극은 2007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던 작품. 최근 연극 <고곤의 선물>로 다시 한 번 입지를 구축한 구태환(37) 연출가는 <마땅한…>을 위해 배우들과 함께 직접 서울역으로 나가, 수많은 노숙자의 삶을 관찰하고 작품에 반영했다. “대사 중에 ‘서민을 위한다는 놈들이 맨날 지네들끼리 싸움질만 하고!’라는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서울역 노숙자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옮긴 거예요.”

<마땅한…>은 피아노 건반처럼 죽도록 눌리며 일만 하다 용도폐기 당하게 되는 노동자들의 엄혹한 현실을 다룬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주제를 계층 간의 갈등으로 축소할 수는 없다.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구 연출가는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인간의 이기심에 있다면서,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를 고발한다. 묵직한 주제를 경쾌하게 다루고 있는, 코미디를 가장한 허무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된다. (02) 2055-1139.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사진 극단 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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