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임 ‘더 페이스 17’
인천 볼만한 전시 두 곳
오랜만에 인천에서 볼만한 전시 두 가지가 한꺼번에 열린다.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와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이 그것. 문화 사각도시인 인천 시민들이 허기를 끌 좋은 기회다. 서울 사람들도 전철로 70분 내외면 닿으니 가볼 만하다.
‘여성미술비엔날레’ ‘국제디지털아트…’
세계 각국 참가 국제전시회 개최
여성 주제·인터랙티브 작품 등 화제 ■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2007년에 이어 올해로 두번째 열리는 여성비엔날레의 뿌리는 인천 여성미술인들의 미술제. 그들의 극성으로 점점 확대되어 지금처럼 국제대회가 됐다. 이번에는 해외작가 52명, 국내작가 49명 등 25개국 작가 101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예산은 겨우 6억. 꿈과 덩치에 비해 비용은 썩 단출하다. 특이한 것은 참가 작가의 나라들한테서 후원을 받은 것. 전시 커미셔너 양은희씨는 “세계 유일의 여성비엔날레이며 내실은 20억짜리 전시”라고 귀띔했다. 장소는 중구 항동 인천아트플랫폼과 그 일대. 옛 대한통운 보세창고를 작가 입주 및 지원용으로 개조한 아트플랫폼은 높은 층고를 통으로 또는 복층으로 나눈 칸막이 구조. 계단을 오르내리고, 방문을 열면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라는 주제 아래에 구분한 개인적 영역, 유동적 내부, 갈등하는 공간 등 세 가지 섹션에 따라 관람하면 편하다.
우선 고전적인 페미니즘 작품들. 전설적인 페미니스트 작가인 주디 시카고의 드로잉이 머리에 온다. 30년 전 여성 성기를 긴 식탁의 접시마다 올렸던 <디너>와 같은 소재다. 피나리 산피탁은 관객들이 젖꼭지 모양의 틀로 빙수를 만들어 먹게 함으로써 유방의 이중성을 생각하게 한다. 아넷 루신은 비키니 왁싱에서 얻은 체모 달린 왁스덩어리와 선적인 드로잉을 병치해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성의 눈으로 본 여성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가장 많은 편이다. 흰 피부를 위해 살갗을 표백하는 여성(아샤나 한데), 여성 사형수를 만들어내는 뒤틀린 가정과 사회(데스피나 메이마로글루) 등. 음식조리(조현재), 뜨개질(베아 카마초), 레이스(안세은) 등 여성적인 소재로써 말하는 작가도 자주 눈에 띈다.
굳이 남녀를 따지지 않는 작품들이 덜 불편하고 오히려 당당하다. 옷, 침대, 신문지 더미에 싹을 틔웠던 김주연이 이번에는 인천 재개발지역에서 수집한 용기들을 모아 옛 대형금고 안에 넣은 설치작품을 내놨다. 이란 출신 파라스투 포루하는 아버지의 정치적 죽음을 소재로, 한 벽 가득 이슬람 문자로 조곡을 썼다. 홍지윤 역시 시서화 일체, 전통 수묵과 현대 엘이디의 조화를 꾀한 대형작품을 냈다. 김순임은 양털, 돌멩이, 실을 이용해 구름, 비, 햇살 등을 연상시키는 설치작품으로 관객을 명상에 잠기게 한다.
아라야 라잠레안숙의 비디오가 참 재밌다. 밀레, 르누아르, 고흐 등 회화작품을 농촌 주민들한테 보여주고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찍은 것. 미술작품이 소비되는 실태일 터인데 무척 건강해 보인다. 인천 관객들은 모니터 앞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또다른 작품을 만들어간다. 8월31일까지. (032) 772-7733, 7727
■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송도 신도시에서 열리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의 하나. 11개국 44개 작품과 공모전 수상작 18점이 전시된다. 축전의 흥성거림에 맞춰 관객이 재밌어할 만한 인터페이스 작품이 주류다.
전시장 입구의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 2009’(짐 캠벨)이 압도적이다. 엘이디를 줄줄이 엮은 대형작품인데, 엘이디의 온오프 조합으로 오가는 행인의 그림자를 구현했다. 비엘리키 앤 리히터의 ‘폴링 타임스’도 재밌는 작품. 뉴스를 200여개의 픽토그램으로 유형화하고 구글, 야후 등 인터넷 포털의 뉴스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뉴스의 홍수 현상을 형상화했다. 마우스를 픽토그램에 대면 해당 뉴스의 제목이 보이고 더블클릭하면 그 뉴스로 이동한다. 뮌의 ‘우연한 균형’ 역시 증권시장의 정보와 실시간으로 연동한 작품을 보여준다. 관광지에서 파는 관광엽서 및 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흡사하게 찍은 자신의 사진을 동시에 전시한 김윤호의 ‘엽서시리즈’도 재밌다. 눈에 띄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는 ‘나무의 시간’(김경미와 이강성), ‘테이블 위의 백설공주’(서효정), ‘번쩍이는 파란선’(변지훈) 등이 있다. 10월25일까지. (032) 858-7332, 7333.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세계 각국 참가 국제전시회 개최
여성 주제·인터랙티브 작품 등 화제 ■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2007년에 이어 올해로 두번째 열리는 여성비엔날레의 뿌리는 인천 여성미술인들의 미술제. 그들의 극성으로 점점 확대되어 지금처럼 국제대회가 됐다. 이번에는 해외작가 52명, 국내작가 49명 등 25개국 작가 101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예산은 겨우 6억. 꿈과 덩치에 비해 비용은 썩 단출하다. 특이한 것은 참가 작가의 나라들한테서 후원을 받은 것. 전시 커미셔너 양은희씨는 “세계 유일의 여성비엔날레이며 내실은 20억짜리 전시”라고 귀띔했다. 장소는 중구 항동 인천아트플랫폼과 그 일대. 옛 대한통운 보세창고를 작가 입주 및 지원용으로 개조한 아트플랫폼은 높은 층고를 통으로 또는 복층으로 나눈 칸막이 구조. 계단을 오르내리고, 방문을 열면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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