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안의 무의식과 마주하다
설치미술가 유르베리 내한 전시
서울 경희궁 앞뜰에 설치된 4면체 구조물 프라다 트랜스포머가 몸을 뒤채면서 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5일부터 이곳에서는 스웨덴 출신 작가 나탈리 유르베리(31)의 ‘턴 인투 미’ 전시(9월13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53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젊은 작가한테 주는 은사자상을 받은 신예.
주검속 들끓는 구더기…외모와 다른 극단적 표현 눈길
인간 내부의 불안감 꺼내…경희궁에서 9월 13일까지 25명씩 끊어서 입장하는 행렬을 따라 누에고치 건물로 들어가면 싹이 돋는 거대한 감자가 보인다. 왼쪽에는 고인돌이 보이고 그 뒤로는 앙증맞은 고래 두 마리가 바닥에 놓여 있다. 감자, 고래, 고인돌은 스웨덴에서 흔히 마주치는 소재. 설치물들은 펠트 천막에 그려진 해골과 커다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둠 속에 침잠해 있다. 큰 감자 속으로 들어가면 두 가지 영상물이 틀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시를 대표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턴 인투 미’. 원시림 속에서 썩어가는 주검에 구더기가 들끓는다. 구더기들이 점점 커가면서 시신은 하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다. 해골, 갈비뼈, 다리뼈가 모두 드러날 즈음 오소리가 나타나 구더기를 헤치고 내장을 들어낸 다음 새장 같은 갈비뼈 속으로 들어간다. 이어 너구리가 다가와 질을 통해 자궁으로 들어가면 해골은 잠에서 깨어나 오소리와 너구리를 애완동물처럼 걸치고 숲 속을 이리저리 거닌다. 구역질이 나오는 한편 귀엽기도 한 영상은 소녀 때 흔히 하던 위악적인 장난의 자취가 엿보인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의 작품을 두고 나탈리 유르베리는 ‘자기 안으로 들어가기’라고 말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마주하기 꺼리는 무의식 속의 두려움을 마주 보라는 것이다. 고인돌 속의 목탄 애니메이션도 엽기적이기는 마찬가지. 숲 속에 거꾸로 선 알몸 여인이 자폭하는 내용이다. 스스로 손과 발을 자르고 젖퉁이와 엉덩이, 살갗을 떼어내면서 해골이 되고 그 해골은 다시 해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작가는 밀라노 폰다치오네 프라다(2008), 빈 쿤스트할레(2007), 런던 테이트 브리튼(2007) 등에서 전시할 만큼 이미 유명세를 탄 작가. 대학에서 조각과 회화를 전공했지만 작품이 창조되는 과정의 그늘을 알게 되면서 미술에 진저리를 쳤다고 한다. 그는 예쁜 외모와 달리 한동안 복싱에 심취할 정도로 극단적인 성격의 소유자. 어느 순간 초점이 복싱에서 스튜디오로 옮겨가면서 점토 작품이 시작됐다. 사상가 조르주 바타유의 글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낀 경험을 계기로 자기 내부의 불안감을 표출하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현대미술의 흐름에 무관심한 것이 오히려 작품의 까끌까끌함을 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영상 음악은 5년째 동거남 한스 베리(31)의 작품. 나탈리는 작품 설명을 하다가 말문이 막히면 올리브가 뽀빠이를 부르듯 “한스!” 하고 불렀고 한스는 이에 응해 유창하게 여자 친구의 세계를 설명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프라다 제공
인간 내부의 불안감 꺼내…경희궁에서 9월 13일까지 25명씩 끊어서 입장하는 행렬을 따라 누에고치 건물로 들어가면 싹이 돋는 거대한 감자가 보인다. 왼쪽에는 고인돌이 보이고 그 뒤로는 앙증맞은 고래 두 마리가 바닥에 놓여 있다. 감자, 고래, 고인돌은 스웨덴에서 흔히 마주치는 소재. 설치물들은 펠트 천막에 그려진 해골과 커다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둠 속에 침잠해 있다. 큰 감자 속으로 들어가면 두 가지 영상물이 틀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시를 대표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턴 인투 미’. 원시림 속에서 썩어가는 주검에 구더기가 들끓는다. 구더기들이 점점 커가면서 시신은 하얀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다. 해골, 갈비뼈, 다리뼈가 모두 드러날 즈음 오소리가 나타나 구더기를 헤치고 내장을 들어낸 다음 새장 같은 갈비뼈 속으로 들어간다. 이어 너구리가 다가와 질을 통해 자궁으로 들어가면 해골은 잠에서 깨어나 오소리와 너구리를 애완동물처럼 걸치고 숲 속을 이리저리 거닌다. 구역질이 나오는 한편 귀엽기도 한 영상은 소녀 때 흔히 하던 위악적인 장난의 자취가 엿보인다.
스웨덴 작가 나탈리 유르베리와 남자친구 한스 베리.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프라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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