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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예쁜 도둑’ 함경아 “뭘 훔쳤는지 보겠소?”

등록 2009-08-24 20:50수정 2009-08-25 00:49

뮤지엄 디스플레이
뮤지엄 디스플레이
10월25일까지 이색 개인전
스푼 등 10년간 슬쩍한 소품 당당히 전시
세계적 박물관에 비하면 “나는 좀도둑”
“나는 도둑이오!” 문제적인 작가 함경아(43·사진)씨가 커밍아웃을 했다.

서울 화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욕망과 마취’에 가면 증거물들이 수두룩 빽빽 널렸다.


작가 함경아(43)씨
작가 함경아(43)씨
스푼, 나이프, 커피잔과 접시, 후추통, 기름통, 양념통, 와인잔, 재떨이, 향불접시, 수건, 물주전자, 구명조끼…. 함씨는 10년여에 걸쳐 노심초사 ‘훔쳐온’ 그것들을 유리 상자 속에 넣어 밝은 조명 아래 진열해 놓고 기억나는 대로 범행 장소를 적은 딱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빨간 컵은 ‘에어 프랑스’ 기내에서, 후추통은 하와이 호놀룰루 선샤인 호텔에서 훔쳤다는 등의 대형 진술서를 증거 사진과 함께 액자에다 넣어 벽에다 걸어 놓았다. “나를 잡아갈 테면 잡아가 보라구.”

하지만 잠깐. “람세스 2세는 67년간 고대 이집트를 통치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했던 파라오였다. 이집트 테베신전에서 발견된 그의 석상은 화강암으로 제작되고 무게가 7.5t에 이르는 거대석상이다. 프랑스 군인들이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구멍까지 뚫어 놓았으나 결국 이동에 실패하고 말았고, 이후 영국의 벨조니라는 사람의 지휘로 수백 명이 동원되어 사막을 건너 영국으로 호송하는 데 성공하였다. 웃지 못할 사실은 아버지 람세스 1세의 석상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아들인 람세스 2세의 석상은 영국 박물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함씨는 루브르박물관, 영국박물관 외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 페르가몬박물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도 세계 각국에서 훔치거나 뺏어온 예술품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 비하면 좀도둑일 뿐이오”라는 첨언.


스틸라이프
스틸라이프
그뿐이 아니다. 커피잔, 후추통, 접시, 유리병 등 훔친 물건들을 식탁 위에 늘어놓고 게, 생선, 소시지, 까다가 만 레몬, 쇠고기, 소라 껍데기 등을 추가한 뒤 사진을 찍었다. 이름하여 ‘정물화’(still life)가 아닌 ‘스틸 라이프’(steal life)다. 18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바니타스’ 정물화를 흉내낸 것이다. 식민지에서 가져온 물건들, 사냥해온 사슴과 꿩, 썩어가는 과일과 생선 등을 그려 자신의 부귀와 삶의 덧없음을 함께 표현했던…. 함씨는 “나는 그런 도둑과 질적으로 다른 도둑”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사기꾼>, <점쟁이>의 아이디어를 훔쳐 <사기꾼과 점쟁이>라는 비디오를 만들었다. 전자는 단순 평면회화이고 후자는 연극 공연과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찍은 2채널 동영상이다. 함씨가 도둑에서 예술가로 바뀌는 변곡점이다.

“자! 어떠하오. 나처럼 예쁜 도둑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시오.” 10월25일까지. (02)739-7067~8. 2000~3000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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